勞리스크에 글로벌 신뢰도 하락
‘모두가 패자’ 파업 후유증 심각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사실상 타결 수순을 밟고 있지만, 노사는 물론 산업,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청 노조의 4.5% 임금인상 등과 노조 사무실 확보가 맞바꾼 대상이 8000억 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노조 리스크’에 의한 국내 조선업계의 글로벌 신뢰도 하락이기 때문이다. ‘모두를 패자로 만든 파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22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지난달 22일 1독(dock) 불법 점거로 선박 진수를 멈춰 세운 영향으로 발생한 현재까지의 추정 손실액은 8165억 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일 평균 매출감소 259억 원, 고정비 지출 57억 원, 선박 납기가 늦어진 데 따른 지체보상금 4억 원 등이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손실액만 해도 상당하지만, 앞으로도 피해가 우려된다. 독 가동 정지가 31일이나 이어진 탓에 주야 2교대 작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납기일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3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의 2주 휴가가 시작되는데 직원들에게 모두 나와서 일을 하라고 할 순 없지 않겠느냐”며 “더 늘어날지 모를 지체보상금도 문제지만 만에 하나 플랜트도 아닌 선박 납기일을 지키지 못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노조의 파업이 또 다른 근로자들의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청노조가 독을 점거하며 작업 자체를 막는 바람에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관련 원·하청 근로자들은 가장 무더운 시기에 작업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