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기 첫 비행

지상활주 점검 등 준비 끝내
내일 기상상태 맞춰 시간 결정
꼬리날개에 001·태극기 새겨
미티어 미사일 4발도 장착해
성공땐 세계 8번째 개발 국가

이미지 크게보기 KF-21 시제1호기가 18일 오전 경남 사천 공군 제3전투훈련단 기지 옆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미티어 공대공미사일 4발을 탑재한 채 첫 시험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KAI 제공

대한민국 최초의 4.5세대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가 19일 최초 비행에 나설 예정이어서 성공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비행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로 우주항공분야 경쟁국 대열에서 ‘퀀텀 점프(질적 도약)’를 하게 된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선언 이후 21년 4개월 만에, 본계약 체결 기준으로 6년 7개월 만에 최초 비행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18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KF-21 시제1호기는 역사적 첫 이륙을 위한 지상활주 점검 등 모든 준비를 끝내고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위치한 경남 사천기지에서 스탠바이 상태에 들어갔다. 군 소식통은 “KF-21 시제1호기 최초 비행이 오는 19일 오전으로 예정됐다”며 “내일 기상 상태를 봐가며 비행시간 등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19일 사천기지 상공 날씨는 양호할 것으로 예보했다. KF-21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5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해 오히려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KF-21 시제1호기는 수직 꼬리날개에 1호기를 뜻하는 숫자 ‘001’과 태극기를 부착하고 사천기지 상공에서 30∼40분간 역사적 비행을 하게 된다. KAI 고정익사업부문장인 류광수 부사장은 “KF-21 전투기 1대에 들어가는 전선 총 길이만 약 32㎞”라며 “전선 한 가닥만 이상이 있어도 KF-21은 날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KF-21 시제1호는 최초 비행에서 속도 마하 4.5, 사거리 200㎞ 이상의 세계 최고 성능의 유럽산 미티어(METEOR) 공대공미사일 4발을 장착할 예정이다. 일단 첫 비행에는 경비행기 속도인 시속 약 400㎞(200노트) 정도로 저공 비행할 계획이다. 군 소식통은 “첫 비행 때 랜딩기어를 올리거나 미사일 시험발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6년까지 2000여 소티(비행 횟수) 시험비행을 거쳐 고도·속도·기동을 순차적으로 확장하게 된다. 최초 양산시점은 오는 2026년으로 예정됐다.

KF-X 사업을 통해 개발된 KF-21은 KAI가 본계약을 통해 체계 개발에 착수한 2016년만 해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우주항공기술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개발에 8조8000억 원이 들어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방위력 증강 사업’으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폭 11.2ｍ, 길이 16.9ｍ, 높이 4.7ｍ인 KF-21은 방위사업청이 개발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 등 각종 국산 공대지 무기를 장착할 예정이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 국산화율 89%를 달성했다. 엔진은 물론이고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등에 국내 기술진의 손길이 스며들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