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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을 차리려면 빠뜨려서는 안 될 메뉴가 있으니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이다. 본래 소를 넣고 빵을 굽는 일이 없으니 단팥빵은 서양인들에게 낯설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빵 위에 쿠키 반죽을 얹어 구운 소보로빵도 단팥빵만큼이나 특이한 빵이다. 이 둘은 모두 일본에서 개발된 빵인데 초기의 우리는 일본을 통해 제빵 기술을 받아들였으니 두 빵이 우리 빵집의 필수 메뉴가 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소보로빵은 일본에서 개발한 것이니 ‘소보로(そぼろ)’ 또한 일본어다. 그런데 소보로는 본래 각종 고기, 물고기, 달걀물 등을 수분이 날아가 흩어질 때까지 볶은 요리를 뜻한다. 그래서 소보로란 말을 들은 우리가 빵부터 떠올리면 일본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소보로가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거나 소보로빵이 일본이 아닌 중국의 하얼빈(哈爾濱)에서 독일인 제빵사에 의해 개발됐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소보로빵은 없고 ‘곰보빵’만 있다. 곰보는 천연두를 앓고 난 후 얼굴에 얽은 자국이 남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체 장애나 외모를 비하하는 말들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추세에 비춰보면 곰보빵은 다른 말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바꾸자면 일본어의 냄새가 나는 소보로빵으로 바꿔야 하니 그것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맨 처음 ‘곰보빵’이란 말을 쓴 사람은 누구일까? 참 못됐다. 밀가루 반죽 위에 무언가 붙여 구운 것이라면 곰보가 아닌 여드름이 먼저 떠올라야 한다. 아니다. 음식 이름을 지으면서 굳이 질병이나 장애를 먼저 떠올린 것이 못됐다. 그릇된 인식이 담긴 곰보빵이 싫다면, 일본어의 잔재도 싫다면 이 빵의 이름을 새로 지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 맛은 최대한 살리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름은 피해야 한다. 이왕이면 우리 고유의 말로써 그 맛도 살릴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