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키르기스스탄 톈산산맥에서 만년설 일부가 녹아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내리고 있다. 해리 심민 인스타그램 캡처

伊 돌로미티 붕괴사고에 이어
키르기스스탄 톈산서도 발생
칠레선 기록적 폭설 내리기도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 빙하 붕괴로 11명이 사망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키르기스스탄 톈산산맥에서도 빙하 붕괴로 인한 눈사태가 발생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미국 등지에선 대규모 산불이 번지고 칠레에선 기록적 폭설이 내리는 등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신음하고 있다.

12일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키르기스스탄 톈산산맥 주쿠 계곡에서 대규모 빙하 붕괴로 인한 눈사태가 발생해 인근에서 트레킹을 하던 10여 명의 관광객을 덮쳤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부상자가 한 명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을 목격한 영국인 관광객 해리 심민은 인스타그램에 “눈사태에 휩싸인 뒤 숨쉬기가 힘들어졌고, 눈을 헤쳐가면서 죽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며 “다행히 인근에 대피소가 있었지만 5분만 더 올라갔었다면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당시를 술회했다. 지난 3일에도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에서 빙하가 붕괴돼 1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는 등 최근 빙하 붕괴가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잦은 빙하 붕괴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는 약 1만 개의 빙하가 있지만 지난 100년간 돌이킬 수 없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지만 우리 같은 산악 국가에는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눈사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선 나흘 전 시작된 산불이 계속 커지면서 공원의 유명 볼거리인 메타세쿼이아 숲을 위협하고 있다. 낮 기온이 44∼46도까지 올라가며 1981년 이후 최악의 무더위를 맞았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선 최근 대규모 산불이 이어졌고 수백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향후 약 30년간 산불이 3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칠레에선 지난 10일 대규모 폭설이 내리며 운행 중이던 차량 250대가 눈 속에 파묻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