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기의 일본

美와의 기준금리 격차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실패·고령화 한몫

日 완화정책 종료땐 투자금 회귀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 올 수도

최근 일본 엔화 가치 폭락에 대해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뿐 아니라 일본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중첩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35엔 선에 거래되고 있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과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지속할 전망이어서 연내 엔화가 달러당 150엔 수준까지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또 일본중앙은행(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을 끝내도 문제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으로 회귀하며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에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급격한 엔화 약세를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미국과 일본의 벌어진 금리 차이가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 6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데 이어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이 유력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은행은 나 홀로 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엔화의 가치 하락이 일본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실패로 일본의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직후였던 1988년 세계 시총 100대 기업 중 53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세계 시총 100위권 내에 일본 기업은 토요타 한 곳뿐이며 소니가 그나마 114위로 100위권 인근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을 고수하지 못할 것으로 본 헤지펀드들은 엔화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을 끝내면 일본에서 빠져나와 미국 등 전 세계 자본시장에 투자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들이 다시 일본으로 회귀하며 하반기 세계 각국 금융시장 충격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최근 일본은행의 초완화 정책과 더불어 엔화 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고 난 뒤 빌린 엔화를 다시 갚는 매매 기법이다.

다만 최근엔 분위기 반전 가능성이 엿보인다. 앞서 발표된 일본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선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