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자민당 의석 확대·여당 과반 유지
범여권 개헌 찬성 세력도 ⅔ 이상 유지

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오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역구였던 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에 있는 에지마 기요시 자민당 후보의 캠프에서 당 관계자가 아베 전 총리의 사진이 담긴 자민당 홍보물을 벽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 후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보수 지지층 집결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헌법 개정에 찬성 입장인 4개 정당이 참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유지해 일본의 개헌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11일 오전 4시 50분 현재 일본 NHK는 개표 상황과 출구 조사, 판세 취재 등을 근거로 정당별 확보 의석을 중간 집계한 결과, 이번에 새로 뽑는 참의원 125석 가운데 여당이 76석(자민당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13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선거 전 245석)이며, 의원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 개선(改選)을 치른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아 있어 개선 대상이 아닌 70석의 여당 의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하면 이미 146석을 확보해 참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125석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또 이번 선거 전 기존 여당 의석수(139석, 자민당 111석, 공명당 28석)보다 7석을 늘어났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고물가 대응 부실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했지만 16석을 확보해 기존 의석(22석)을 합해 38석에 그치고 있다. 선거 전(45석)보다 의석이 줄어든 것이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개선 의석은 이 시간 현재 2석 뿐이다.

또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개 여야 정당은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전체의 3분의 2(166석)를 넘는 176석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에 새로 뽑는 의석 중 일본유신회는 11석, 국민민주당은 5석을 확보했다. 이들 4개 정당의 선거 전 의석은 166석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확대 및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 등으로 일본 내 안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에 자위대 명기 등을 포함한 개헌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기시다 총리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NHK에 “개헌 논의를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총격을 당한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교차로 근처에 마련된 헌화대에서 10일 오후 현지 시민들이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일 이틀 전인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가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자민당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내 보수 지지층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집결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도(共同)통신이 추계한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51.68%로 3년 전 참의원 선거 투표율 48.08%를 웃돌았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