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톰 삭스가 붐박스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3곳서 국내 첫 ‘톰 삭스 개인전’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빅뱅의 지드래곤, 티아라의 효민 등 대중문화 스타들이 잇달아 미술 전시를 찾았다. 미국의 조각가 톰 삭스(56)의 ‘붐박스 회고전’이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9월 1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톰 삭스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13점의 붐박스를 선보인다. 자메이카의 길거리 파티 문화를 담아낸 ‘구루스 야드스타일(Gurus Yardstyle·1999)’부터 인공위성을 떠올리게 하는 ‘퐁키(Phonkey·2011)’까지 다채롭다. 첫 서울 전시를 위해 만든 ‘빅 핑크(Big Pink)’와 ‘모델 세븐티 식스(Model Seventy Six)’도 있다.

대중문화 스타들이 붐박스 전을 찾은 것은 하이브의 전시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으나,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가 꽤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톰 삭스는 나이키와 협업한 신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현대적 공정의 생산품을 재제작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방식으로 소비주의가 만연한 당대의 세상을 해석하는 작업을 해 왔다. 기계가 만들어낸 매끄러운 제품들과 달리 연필 자국, 접착제, 나사못, 거친 이음새 등을 통해 수제품임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삭스는 이번에 하이브 이외에도 서울의 아트선재센터와 타데우스 로팍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8월 7일까지 여는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Tom Sachs Space Program: Indoctrination)’은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달 탐사 계획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가르침과 세뇌라는 뜻을 지닌 ‘인독트리네이션’을 부제로 한 것에서 미국의 우주 탐사에 대한 비판적 시점을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작품 전반에는 미국의 도전에 대한 열광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인의 소비주의를 작품 주제로 삼으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삭스의 예술 전략을 이 전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백남준의 ‘TV 부처’를 오마주한 ‘TV 요다’는 기발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스타워즈’의 요다가 TV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인데,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자아 훈련과 내면의 힘에 대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타데우스 로팍에선 ‘로켓 팩토리 페인팅(Rocket Factory Painting)’이라는 제목으로 8월 20일까지 회화 14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