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를 신속히 정상화하자는 공감대가 경제계 등 민간으로까지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일 위안부 합의 부정과 징용 배상 판결 등이 이어졌고, 정부 당국자들도 ‘죽창가’식 반일 감정을 부추김으로써 한일기본조약까지 위협받을 지경이 됐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지난달 29∼30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신속한 관계 정상화에 의견을 모았고,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이 지난달 말 재개된 데 이어 한일 재계회의도 4일 서울에서 열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자’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김대중(DJ)·오부치 선언 정신을 되살리자고도 했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일본 경제계가 전면 배척했음을 고려할 때, 이 문제 해결에도 공조할 기반을 만들었다.

첫 번째 관문은 징용 배상 문제다. 마침 윤 정부는 4일 첫 민관협의회를 열었다. 여기에 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및 법률 대리인까지 망라해 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합당한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관협의회 회의에서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과의 직접 협상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현금화 조치는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기본조약으로 모든 배상 문제가 끝났다는 일본 측 공식 입장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대위변제(代位辨濟)’ 방식은 검토할 만하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도 그런 법안을 발의했다. 제3자인 한국 정부가 채무자(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을 징용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나중에 일본 기업들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 및 한일 기업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재단이 배상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