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환경세와 성격 달라”

경유차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경유차 소유자인 A 씨가 현행 환경개선 비용 부담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소형 화물차주인 A 씨는 2019년 3월 현행법에 따라 환경개선부담금 6만9000원을 내야 했다. 누적 체납액도 56만9000원이었다. A 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는 재판 중 해당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역시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법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A 씨는 환경세법이 경유를 과세물품으로 규정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소유자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건 이중과세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주행거리나 차량관리 상태 등과 무관하게 경유차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세가 규율하지 않는 별도의 정책 목적을 위한 재원이어서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경유차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환경피해 비용이 기타 다른 차량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했다. 이어 일률적인 부과금 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점과 배출가스가 현저히 적은 자동차는 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 등을 토대로 소유자의 부담이 지나치지 않다고 봤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