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 물가에 허덕이는 2030 - ‘MZ 영끌족’ 피눈물

“1억 넣었다 8000만원 손실
금리까지 올라 희망 안보여”

대출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가상자산·주식시장 폭락에 2030 ‘영끌족’이 패닉에 빠졌다. 이들 대부분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되뇌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장 대출 이자를 내기 위해 부업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폭락 사태를 맞은 가상자산 루나(LUNA) 보유자 오모(32) 씨는 15일 “2019년부터 1억 원 정도를 가상자산에 투자해왔는데, 최근 폭락으로 인해 8000만 원 이상 손실을 봤다”며 “루나 외에도 비트코인(BTC) 선물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3만 달러(약 3875만 원) 선이 깨지면서 청산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 5000만 원과 오피스텔 전세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합쳐 월 200만 원을 내고 있다. 오 씨는 “물가도 오르고,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부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팔자에도 없는 대리운전까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주식투자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량주 위주로 투자한 중소기업 직원 이기찬(28) 씨는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의 평균단가는 9만 원대, 현대차는 24만 원대”라며 “지난해 장이 나쁘지 않았을 때 주변의 권유를 받고 주식을 샀는데 똥손도 이런 똥손이 없다”고 크게 자책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난해 1월 각각 9만6800원, 28만9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씨는 “신용대출로 마련한 6000만 원을 고스란히 주식에 넣었고, 2000만 원 정도 손실을 보았다”며 “업무 시간에는 화장실만 들락날락한다.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늘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마련한 이들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패닉 상태다. 지난 2021년 6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통해 3억5000만 원을 빌려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59.58㎡)를 마련한 김모(35) 씨는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가 확 뛰었다”며 “지난해에는 매달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140만 원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170만 원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금리가 7%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그렇게 된다면 매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200만 원은 거뜬히 넘지 않겠나. 가계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대출 이자로 내는 셈”이라며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번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로 두통이 잦고, 무기력할 때가 많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한탄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