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식.의.약,국민건강 일군다
- 7~10월 감염 90%…‘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

식중독 넘어 패혈증 발병하면
혈류 감염 일으켜 치사율 50%
어패류 구입 뒤 반드시 냉장보관
횟감용 칼·도마 따로 사용하고
조리도구는 열탕 처리해야 안전

이미지 크게보기 여름철 집중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소비자 중 만성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날것 섭취를 가급적 피하고, 조리업소들은 횟감용 칼과 도마 등을 구분해 사용하는 등의 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여름철 수온 상승이 이어지며 수산물의 비브리오균에 비브리오 패혈증 감염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22명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등 매년 여름을 중심으로 2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만성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것을 피하고 충분히 가열 조리 후 섭취를 당부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패혈증을 뜻한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패혈증은 간경화와 같은 간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혈색소침착증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3급 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증상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어패류 섭취 후 구토와 설사, 복통 등의 증상으로 일어난다. 다만 만성 간질환 등의 기저질환으로 감수성이 높은 사람에게서는 혈류감염을 일으켜서 발열과 오한, 저혈압, 피부괴사 등 패혈성 쇼크의 증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대부분 환자에게서는 감염 후 36시간 내에 피부에 출혈성 수포가 형성되며, 혈소판 감소 및 범발성 혈관 내 응고병증이 발생한다. 특히 패혈증으로 발병하는 경우 사망률은 50%에 이른다.

◇여름철에 90% 발생=비브리오 패혈증 환자는 7∼10월 집중됐다. 2017∼2021년까지 최근 5년간 발병자(257명) 중 해당 기간에 231명이 발생해 9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오염된 음식(해산물)을 날로 먹었을 경우의 잠복기는 평균 약 2일(3시간∼최대 8일)이며 급작스러운 발열, 오한, 구토, 설사, 하지부종, 수포, 궤양, 괴사 등 주요증상을 보인다. 상처에 의한 감염의 경우 잠복기는 약 12시간이고 창상부위 부종, 흉반, 수포성 괴사 등의 주요증상을 보이며 신속한 치료가 없을 경우 피부근막, 근육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5월부터 10월 사이 18도 이상의 수온과 적절한 염분 농도가 유지될 때 활발하게 증식된다.

식약처는 간질환 환자(간경화·만성간염·간암·혈색소증)나 알코올중독자, 만성 질환자(당뇨병·폐결핵·만성신부전·만성골수염 등), 위절제술을 받은 경우 혹은 제산제나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위장관 질환(무산증·위궤양·취염·췌장염·국한성장염·허혈성장질환 등), 장기간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투여받는 경우, 재생불량성 빈혈, 악성종양, 백혈병 환자, 항암제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면역결핍환자(AIDS나 백혈구 감소증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하구나 연안의 바닷물·해수·갯벌·각종 어패류 등에 서식한다. 전 세계적으로 온대·아열대·열대지방의 해수에서 검출되며, 염분이 낮고 유기물질이 많은 갯벌이나 모래가 많고 수심이 낮아서 외기의 영향이 많은 서·남해안이 검출률이 높다.

이미지 크게보기

◇가열 조리 등으로 예방 가능=식약처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만성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것을 피하고 충분히 가열 조리해(85도 1분 이상) 섭취해야 하며 상처 난 피부가 해수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어패류는 수돗물로 2∼3회 깨끗이 씻고, 횟감용 칼과 도마는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사용한 조리 기구는 깨끗이 씻어 열탕 처리 등 2차 오염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해산물을 다룰 때는 장갑 등을 착용해야 하며 날생선을 요리한 도마나 칼 등에 의해서 다른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패류는 채취·운반·보관 시 위생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고 구입 시에는 빨리 냉장보관해 식중독균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조리하지 않은 해산물에 의해 이미 조리된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해산물을 익힌 다음 바로 먹어야 하며, 남기는 경우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식약처는 또한 상처가 난 사람은 오염된 바닷가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식약처는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여름철 자주 소비되는 수산물의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비브리오균을 중심으로 합동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점검은 특히 해수 온도가 18도 이상 올라가는 초여름부터 비브리오 패혈증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의 증식이 활성화됨에 따라 실시된다. 식약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올바른 예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막을 수 있다”며 “올여름 수산물 섭취나 해수욕장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비브리오 패혈증균 예측 시스템’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