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미술관 30주년 기념전

내달 10일까지 총 3개관에서
200회 전시 시대순으로 펼쳐

이미지 크게보기 환기미술관 30주년 기념전 제1전시장 중정.

“미술관은 내용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집을 지었어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관람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할 때 그 미술관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오늘의 미술관은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시각적인 것, 음악적인 것 그리고 시가 읊어져야 한다.”

김향안(1916∼2004) 여사가 1992년 환기미술관 개관기념전에 붙인 글이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이 미술관은 김 여사가 30년간(1944∼1974) 반려자로 동행했던 부군 김환기 화백을 기려 설립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아 열고 있는 기념전은 그간 김 여사의 유지를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30년간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내달 10일까지 펼쳐지는 전시는 본관, 수향산방, 별관 등 3개관에서 펼치고 있다. 본관의 ‘미술관 일기’는 지난 30년간 진행한 200여 회의 전시를 시대순으로 돌아본다. 주요 전시의 작품과 관련 영상, 사진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어 ‘환기 마니아들’이 흡족할 듯싶다. 뉴욕타임스 위에 그림을 그려서 광고가 얼비치기도 하는 ‘신문지에 유채’, 스케치북 2권에 담아 아내 이름을 직접 써서 건네준 ‘향안에게’ 등을 다시 보는 재미가 크다. 김환기 작품의 색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 아우라의 비밀을 풀어낸 ‘색채의 미학 전’(2017)을 재현한 것도 흥미롭다. 환기재단이 지원하는 작가 프로그램, 부암동 소재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아트 프로젝트 등은 미술관의 공공 역할을 새삼 생각해보게 만든다.

수향산방에서 진행하는 ‘우리끼리의 얘기 - 환기미술관이 건립되기까지’는 김향안이 동명 저서에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꾸몄다. 이를 보면, 김환기가 생전 일기를 통해 “재미난 생각을 했다”며 미술관에 대한 꿈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화가 남편의 소망이 그의 타계 후 실제로 이뤄진 것은, 예술 동지로 함께 살았던 아내의 실천력 덕분이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꼬까 학예사는 “환기 선생과 향안 여사가 서로 사랑하고 존경했기에 이런 미술관이 생길 수 있었다”며 “지난 30년 동안 있었던 전시를 전시한다는 콘셉트로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술관은 절판된 김 여사의 책을 이번에 ‘미술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한편 별관에서는 관람객들이 미술관 방문 기억을 표출하는 체험 프로그램 ‘미술관 즐겨 찾기’를 진행한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