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경석(오른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이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시위로 열차 운행이 최대 1시간 10분 지연돼 출근길 대란이 빚어졌다. 김호웅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52일 만에 재개된 13일 지하철 운행이 최대 1시간 10분 지연되면서 ‘출근 대란’이 발생했다. 출근 시간 지하철에 갇힌 시민들은 “내려라! 내려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제2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오전 7시 59분쯤 혜화역에 도착한 열차에 탑승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약 20분간, 서울역에서 약 5분간 하차 및 재탑승을 하며 열차 운행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이후 8시 49분 삼각지역에 도착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은 약 10분간 출입문 틈에서 버티면서 열차 운행을 늦췄다. 이에 따라 통상 15분가량 소요되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삼각지역 구간이 1시간 이상 걸렸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시위로 회현역 기준 상행선(명동역 방향) 55분, 하행선(서울역 방향) 1시간 10분간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휠체어 바퀴를 승강장 틈에 끼워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 방식을 막기 위해 발판을 설치했지만, 전장연의 ‘알박기’ 시위는 막을 수 없었다. 경찰은 “지하철 출입문을 막고 운행을 방해할 경우 업무방해로 사법 처리될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 방송을 했지만, 시위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출입문 사이를 막고 선 박 대표에게 “아침 시간에 5분은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줄 아느냐” “장애인이 갑이냐”는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이에 박 대표는 “우리는 (장애인권리예산을) 21년 동안 외쳤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보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답변이 없을 시 다음 주 또다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전장연은 “2023년 반영될 정부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하기를 촉구하며 5월 중 기재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끝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