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주문에 교육차관 “수도권大 정원 규제” 답하자 질책

4차 산업혁명시대 중심국가로
반도체 안보 전략적 가치 강조

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 중용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선진국, 특히 미국은 법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느냐"며 능력 있는 인사에 대한 적재적소 배치라는 원칙을 거듭 표명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교육행정을 겨냥해 ‘대로(大怒)’ 수준으로 질타하며,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정부 공식 회의에서 큰소리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관료사회 혁신과 규제철폐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8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질책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한 뒤 국무위원들이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어려움을 표명하자 윤 대통령은 국가 미래가 달렸는데 웬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발언했다. 전날 국무회의에는 장 차관이 공석 중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교육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교육행정의 관성과 타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 인재를 이끌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부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고 개혁해야 한다.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4차 산업혁명 중심국가로 혁신하겠다는 ‘혁명적인 국가 패러다임’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상당히 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의 질책 배경엔 특유의 직진 스타일로 4차 산업혁명 시기 ‘반도체의 안보 전략적 가치’와 ‘인재 양성의 절박성’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반도체 죽비’를 내리친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 중심국가로 서는 것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과학기술 혁신으로 경제 도약과 빠른 성장을 해야 양극화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던 취임사의 메시지와도 부합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도체 경쟁력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하고 윤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적인 기술패권 경쟁 시대의 경제안보 전략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허민 전임기자,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