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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육아 우울증이라며 가족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아내 때문에 수년간 힘들었습니다. 그간 제가 아내를 힘들게 했다고 외도까지 한 아내 편을 드는 처가에도 큰 실망을 했고요. 이혼을 결심한 지 몇 년 만에 실행에 옮기는 건데, 초등학생인 아들이 걱정됩니다. 그래도 엄마와 같이 있던 시간이 많다 보니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2주마다 봐야 하는 상황을 불안해하네요. 앞으로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 많을 텐데 이혼 가정의 자녀도 잘 자랄 수 있는지 걱정이 되고, 엄마의 빈자리를 제가 어떻게 채워 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을 빨리 만나라는데 그게 맞는 것일까요?

A : 아이에게 아빠가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을 주세요

이미지 크게보기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 솔루션

그동안 폭언과 외도를 견디느라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가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에서 자라는 것보다 차라리 이혼으로 상황이 정리되고 정기적으로 왕래하는 상태가 정서적으로 더 낫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부모가 이혼할 때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버림받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일단 둘 중 누가 아이를 돌볼 것인지, 그리고 그 까닭에 대해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래야 아이는 고아원에 가거나 부모 모두와 헤어지는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부모님이 다투거나 이혼하는 과정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자라면서 자기 탓이 아니라 부모의 문제였다고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한 가정의 자녀 중 70% 이상이 부모의 이혼을 본인 탓이라고 믿었다는 논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너무 사랑해 오랜 시간 참고 서로 맞추려고 노력했으나 둘이 계속 살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해 주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아이 때문에 오래 참으신 것이잖아요? 있는 그대로 말해 주시면 됩니다. 상대방을 비난한다고 해서 아이가 내 편이 되는 것은 아닌 만큼 상대방을 헐뜯는 것이 나와 내 자녀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혼 후 새 출발을 할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새로운 부모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중심이 돼서는 안 됩니다. 사실 아이는 부모가 한 명이라고 해도 그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된다면 잘 자라날 수 있습니다. 헤어진 후 연애를 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라면서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면 오히려 자녀 마음에 부담이 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선택이지만, 어떤 상황과 상관없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 언제나 더 도움될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