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고교·대학 후배인 李행안
치안정감 승진자 1:1로 만나

‘법무부서 인사검증’에도 위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경찰청장 후보군’ 6명을 상대로 ‘1대 1 대면 면접’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 임명 전에 청장 후보군을 전원 물갈이한 데 이어, 행안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이례적으로 사전 심사 성격의 면접까지 실시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인 이 장관의 ‘경찰 길들이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장관은 지난달 24일과 지난 2일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6명의 경찰청장 후보자를 각각 5월 하순쯤 따로 만나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후보자들 면접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경찰 관계자는 “장관마다 특성이 다를 수 있겠지만, 청장 후보군 사전 면접은 처음 들어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의 중립성·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수사 권한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찰 수뇌부를 통제하고, 권력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경찰의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야당에 대한 편중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상민(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투·개표 지원상황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의 대면 면접은 앞으로 고위공직자 후보의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맡기로 한 정부 방침과도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장 전날(7일)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수행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을 공식 발족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찰청장 임명 절차를 규정한 경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법에는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반면, 검찰청법에는 검찰총장 임명 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등 수사 중립성·독립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열거돼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 개입 논란을 방지하려면 경찰법 개정 등을 통해 경찰청장 임명 방식을 구체화하고, 경찰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면접을 본 것은) 잘 모르는 분들이라 어떤 분들인지 한 번씩 보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경찰 통제 강화 우려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이 총경 이상 고위직 경찰관 제청자인데, 제청하려면 사람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한 번씩 면접을 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