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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품감정硏 대표

“국제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호황기 이후 급격하게 빠지는 가격 거품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준모(63·사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6일 이렇게 말하며 ‘활황 경계론’을 강하게 펼쳤다. 그는 최근 센터가 펴낸 ‘2022년 1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와 관련, “호황으로 들뜬 미술시장의 이면과 현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한 것”이라고 했다. 경매와 아트페어 등에서 미술품이 잘 팔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2005∼2007년의 선례를 떠올리며 냉각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낸 정 대표는 미술비평, 문화정책 분야에서 30년 넘게 활약해왔다. 지난 2019년에 이호숙 마켓 애널리스트와 함께 미술품감정센터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다. 그는 “국내 양대 경매회사의 낙찰 총액과 낙찰률은 호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가의 판화와 특정 일본 작가에 몰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단색화 거장인 이우환 작품에 대한 인기가 지속하고 있으나 높은 가격, 공급 수량 등의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작가 이외에 다른 단색화 작가들의 추정 가격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도 시장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 미술시장만 호황을 구가하긴 힘듭니다. 국내에도 그 파고가 몰아닥칠 수밖에 없지요.”

정 대표는 우리 미술시장에서 초보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겨냥하는 경향이 짙다며 우려했다.

경매 등에서 인기가 급등한 젊은 작가 작품만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후회를 낳는다는 것이다.
　
“중견 작가의 우수작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안정성 있게 투자하기를 권합니다. 하향 시장에서는 소장가들이 시장에 내놓는 작품 수가 줄어드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작품성이 증명된 작가들의 작품은 높은 가격에 팔립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스테디셀러의 힘이지요.”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