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준철 대영이앤디 대표가 지난 4월 10일 경기 용인의 수원CC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박준철 제공

■ 우리 직장 高手 - 박준철 대영이앤디 대표

초 3학년때부터 매력에 빠져
아버지따라 매일 연습장 다녀
아마추어클럽챔피언십 우승뒤
연락 끊겼던 친구들이 연락해
“스코어 내려면 퍼트가 중요
에이지슈터가 최종 목표지만
홀인원 한번 해보고 싶어요”

박준철(49) 대영이앤디 대표는 지난해 9월 전국 각지의 회원제 골프장을 대표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맞붙어 최강자를 가린 2021 벤제프 클럽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우승했다. 경기 가평의 크리스탈밸리CC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박 대표는 충북 진천의 천룡CC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된 뒤 두 손을 뻗는 세리머니로 마치 프로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클럽챔피언십 우승으로 학교 졸업 후 수십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에게 다시 연락이 왔고, 업무차 방문한 미국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로 생각지 못한 파급력을 선물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우리 회사는 건물의 덕트 시스템을 시공하고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배관을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체인데, 최근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업무가 크게 줄었다. 그래서 평소 즐기던 골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겼고, 운 좋게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사실 지금은 그때만큼 골프가 잘 안 된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박 대표가 아마추어 골프 최강자에 오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에도 제48회 전국골프장대항팀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클럽챔피언십은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이며, 전국골프장대항팀선수권대회는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했다. 충북 청주의 떼제베CC에서 열린 대회에서 박 대표의 당시 우승 기록은 5언더파 67타.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에 불과했다. 박 대표는 “운도 많이 따랐지만 그야말로 그분이 오셨던 날”이라며 “마지막 홀에 갤러리가 있어 긴장한 탓에 퍼트를 세 번이나 하고 보기를 해서 아쉬움도 컸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전국골프장대항팀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기록을 자신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던 경험도 있다. 2004년 가을 경기 용인의 은화삼CC에서 기록한 7언더파 65타. 하지만 지인들과 부담 없이 즐기며 낸 성적보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대회에서 거둔 결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골프협회에 등록된 박 대표의 공식 핸디는 3이다.

박 대표는 2세 경영인이다. 아버지가 1978년에 설립한 회사를 물려받아 2002년부터 가업을 잇고 있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둔 덕에 사회생활은 물론, 골프 입문도 빨랐다. 박 대표는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처음 골프클럽을 잡았고, 재미를 느끼고는 아버지와 연습장에 다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 것은 미국 유학 시절 친구들과 미국 플로리다주의 골프 아카데미에서 3주간 교육을 받은 뒤였다. 박 대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석사 공부를 할 때였다. 방학 기간에 한국을 다녀오는 시간과 비용으로 전문 아카데미에 등록해보자는 생각에 친구들과 3주 동안 합숙을 하며 골프 룰 교육과 레슨을 받고, 필드에 나가 라운드를 하며 지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3000달러를 내고 골프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그때부터 골프에 빠졌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재미 삼아 떠났던 3주의 집중 교육은 효과가 대단했다. 박 대표는 유학을 떠나기 전에도 꽤 오랫동안 골프 레슨을 받았고, 가족과 라운드를 즐겼던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3주의 집중 교육을 받고 나서는 안정적으로 70대 중반의 스코어를 내는 싱글 골퍼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이때의 경험으로 일 년에 열 번의 라운드를 하는 것보다 열흘 동안 열 번의 라운드를 하는 게 스코어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배운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실전에서 활용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평소 회사 업무로 연습장을 자주 찾지 못하는 편. 하지만 집에서는 퍼트 연습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골퍼가 드라이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스코어를 잘 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퍼터”라고 강조한 박 대표는 “골프는 18개 홀을 경기해야 하는 흐름의 싸움인데 아무리 샷을 잘해도 퍼트를 놓치면 다음 홀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퍼트를 잘해야만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퍼트만큼은 집에서 꾸준하게 연습한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내내 퍼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 대표는 187㎝, 103㎏의 큰 체구 덕에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50m나 된다. 하지만 그의 골프는 철저하게 보수적이다. 그래서 많은 골퍼가 바라는 홀인원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 박 대표는 “거리가 짧은 홀에서도 핀을 겨냥하기보다는 그린 중앙을 안전하게 공략하는 편이다. 그래서 홀인원 확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체력 관리를 잘해서 오랫동안 골프를 즐기고 싶다. (자기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로 18홀 경기를 끝내는) 에이지슈터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지만 운이 따라준다면 홀인원도 한 번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