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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범죄도시’속 마석도 등
혼자 속시원하게 악당 물리쳐

사회학자 “역경없는 최강자에게
젊은층 ‘대리만족’ 느끼는 것”


역경 따윈 한주먹에 해결하는 ‘먼치킨 캐릭터’가 2030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마동석 역)와 웹툰 ‘참교육’의 나화진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열심히 해봤자 변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현대인들이 세계관 최강자에게서 도리어 ‘공정’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치킨은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로, 다른 캐릭터와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혼자서 다 해결하는 막강한 캐릭터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힘의 균형을 무시하는 ‘사기캐’다.

3일 학계 및 문화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먼치킨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콘텐츠가 대폭 늘어났다. 개봉 2주 만에 관객 76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는 혼자 여러 적수를 상대하는 데다 최고 악당인 강해상(손석구 역)을 손쉽게 해치운다. 최근 10.5%의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김희우(이준기 역) 검사는 억울한 죽음 뒤 환생을 통해 ‘사기캐’가 돼 복수극을 펼친다. ‘네이버 웹툰’의 요일별 인기 1위 작품은 대부분 ‘먼치킨’ 캐릭터를 앞세웠다. 예컨대 웹툰 ‘참교육’의 나화진이란 캐릭터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악행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다. 이 같은 ‘먼치킨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불공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한 계단씩 위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게 됐다”며 “역경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모습 대신, 그 어떤 역경도 없는 최강자에게서 ‘공정’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 작가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현실의 역경이나 고생을 더는 인내하지 않게 된 한국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