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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5년간 1000兆 투자

SK, 반도체 투자 142兆로 최대
LG, 48조원 R&D에 파격 투자
구회장, 이달말부터 전략보고회

올 국가예산 훌쩍 뛰어넘는 수준
포스코·GS 등도 투자계획 낼듯

삼성, 현대자동차 등에 이어 26일 SK, LG도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재계의 투자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됐다. ‘퍼펙트 스톰’(복합적 경제 위기) 가능성에 직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5대 그룹과 한화, 두산 등이 발표했고 남은 주요 기업들이 내놓을 투자금액은 올해 국가 예산(607조 원)보다 훨씬 많은 1000조 원을 뛰어넘는다.

SK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한 분야에만 전체 투자액 247조 원 가운데 90%를 5년간 집중하기로 했다. 투자액의 70%가 넘는 179조 원은 국내에 투입된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투자액이 142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구체적인 투자 대상으로 정해졌다. SK는 전기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수소,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미래 산업에 67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오 분야에는 1조7000억 원, 디지털 쪽에는 24조9000억 원이 투입된다.

LG그룹은 2026년까지 국내에서만 10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특히 투자액 중 48조 원을 R&D에 쓰기로 했다. LG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성장 분야에 43조 원을 선제적으로 투입한다. 스마트가전, TV, 화학, 정보기술(IT)·통신 등 기존 주력사업은 글로벌 챔피언 육성을 목표로 정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5월 말부터 계열사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보고회를 연다.

앞서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등도 4~5년간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 450조 원, 현대차 63조 원, 롯데와 한화 각 37조 원이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 현대차는 전기차와 로보틱스, 롯데는 바이오 등을 핵심 투자 대상으로 정했다. 고용 규모도 26만 명에 달한다.

대기업들의 잇단 투자는 경제회생, 민간주도성장, 친기업에 집중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에 부응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국내 투자에 집중해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기업들이 앞장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5대 그룹 외 다른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포스코와 GS도 5년간 투자 계획이 완성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주력 사업인 철강과 케미컬을 중심으로 40조~50조 원, GS도 20조 원 수준을 계획하고 있는 것 알려졌다.

김병채·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