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편의점에서 꿈나무카드(한 끼 지원액 7000원)로 고기반찬이 있는 도시락(5500원)을 고르자 컵라면(850원)과 생수(600원)는 최저가 상품을 구매해야만 했다. 김보름 기자

한끼 당 급식단가 7000원 지원
도시락·음료 고르자 한도 초과
저소득 아동 편의점 식사도 쉽지 않아
서울 구청장들 “단가 올려달라”
市 “예산부족해 당장 인상 안돼”

물가가 크게 올라 ‘꿈나무카드’를 통해 7000원 안에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서울 일선 구청들은 “아동 급식 단가를 인상해 달라”고 서울시에 건의했지만, 시는 예산 등의 문제로 당장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5일 서울 자치구 등에 따르면, 최근 밥상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결식 우려 아동’들이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만 18세 미만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급식·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일반 식당·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꿈나무카드를 지원한다. 현재 서울시의 한 끼당 급식 단가는 7000원이다.

꿈나무카드 지출 비중의 60%를 차지하는 편의점에서 7000원 단가에 맞춰 장을 본 결과, 고기반찬이 들어간 도시락(5500원)을 고르니 살 수 있는 얼음컵 음료는 아메리카노(1500원)밖에 없었다. 꿈나무카드로는 카페인 음료를 살 수 없다. 얼음컵 음료는 최소 1600원이었다. 같은 도시락에 컵라면과 음료를 곁들이려면 최저가 생수를 선택해야 했다.

서울 꿈나무카드 가맹점 10곳을 돌아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포구의 일반 음식점에서도 7000원 안에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분식집 A에서 야채김밥 1줄(3800원)과 라면 1그릇(4000원)을 주문하니 800원이 초과했다. 곰탕집 B는 일반 곰탕을 8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C 돈가스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는 치킨가스로 7500원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백반 가격은 7154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올랐다. 같은 기간 칼국수는 11%, 김밥과 비빔밥은 각 8%가량 상승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도 7000원으론 급식·도시락을 준비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나 물가가 올라 버리니 빠듯하다”며 “아직까진 반찬 구성에 변화가 없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최근 시에 아동 급식 단가를 8000원으로 올려 달라고 두 차례 건의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향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되돌려보냈다. 시가 단가를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린 지 1년도 채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아동 급식 단가를 당장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승현·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