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소매 부진 등 소비 악화에
3월부터 3개월째 무역수지 적자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경제 환경 악화로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역시 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소비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지만, 무역수지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고 세계 경제 전망도 좋지 않아 하반기로 갈수록 우리 경제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미국 소매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소비 약화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대표 소매기업인 월마트는 1분기 매출이 1415억7000만 달러(약 180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지만, 순이익이 20억5000만 달러로 25.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소매 유통업체인 타깃(Target)도 1분기 순이익이 1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21억 달러보다 1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주 뉴욕증시는 2020년 이후 최악의 폭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것도 경기 둔화를 시사한다. 중국의 4월 사회소비품 소매판매 총액이 전년 동월 대비 11.1% 감소,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산업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2.9%를 기록,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국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도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이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내놓을 예정인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올해 3.0%로 예상했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 중·후반으로 낮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한은은 올해 상반기 2.8%, 하반기 3.1%의 성장을 예상했으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역적자도 한 요인이 됐다. 이달 1∼20일 사이 무역수지가 48억2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공산이 커졌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09억6400만 달러에 달한다.

다만, 59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내수를 어느 정도 부양할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가 어느 정도 회복될지가 하반기 경제 성장의 향배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추경이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