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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1871년 신미양요, 광성보에서 어재연(魚在淵) 장군은 진무영(鎭撫營)을 이끌며 필사적으로 싸웠다. 당시에 미군 소령으로 참전한 윈필드 슐리(Winfield Scott Schley)는 회고록에서 ‘조선군은 전근대적인 무기를 가지고 용맹스럽게 싸우다 모두 전사(戰死)했다’고 기록했다. 이때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사진·조선·436.0×416.0㎝·강화역사박물관 제공)도 미국으로 건너갔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방식 중 하나는 전리품을 포획(捕獲)하는 것이다. 미국은 1814년 의회법 제128조를 제정해 ‘교전 중 적의 깃발 수집’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고, 포획한 깃발의 보관처를 지정하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이에 따라 1849년 2월 9일 제임스 포크(James Knox Polk) 대통령이 ‘전리품 깃발 컬렉션’의 보관처로 미국 북동부 아나폴리스(Annapolis)에 있는 해군사관학교를 지정했다. 수자기가 이곳에 보관된 이유다.

당시 적의 재산은 무주물(無主物·res nullius)이 되고, 포획한 전리품은 오로지 포획자의 것이 된다. ‘약탈의 권리(jus praedae)’가 인정된 것이다. 이후 이런 포획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인류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1648년 ‘뮌스터조약’으로 사유 예술품이, 1899년 ‘육전의 법과 관습에 관한 협약’으로 국·공유 예술품의 전쟁 중 포획이 금지되면서 문화재 개념 형성의 전기(轉機)가 마련됐다.

2007년에 수자기가 ‘대여’ 방식으로 돌아왔지만, 법률상 여전히 전리품으로 기록돼 있다. 불법성의 판단은 행위 당시의 법률을 따르는 ‘시제법 원칙’ 때문이다. 약탈의 시대에 약탈을 금지하는 법이 없었기에, 합법이라는 서구 사회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제사회가 ‘다른 나라의 불행으로 너의 나라를 치장하지 말라’는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우스(Polybius)의 격언에서 교훈을 얻을 때다.

김병연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