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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종합감사 벌이고도 깜깜
우리銀 사태에 뒤늦게 경위파악

600억 원대에 달하는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한 해에 확인된 금융회사 내부의 금전적인 비리 사고만 해도 4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 우려와 함께 대대적인 종합감사를 벌이고도 횡령 발생 사실 등을 파악하지 못한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에서 발생한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 금액은 총 179억5000만 원(4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산업·SC제일·씨티·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의 비중은 약 90%(161억3000만 원)에 달했다. 농협은행이 67억6000만 원으로 피해 금액이 가장 많았으며, 부산은행(45억 원), 하나은행(36억1000만 원), 국민은행(4억9000만 원), 우리은행(4억 원) 순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 2월 사이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벌였지만, 우리은행이 금융사고를 보고하기 전까지 어떤 횡령 발생 사실이나 경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한 검사제도도 무색해졌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검사제도를 개편하면서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리스크 중심의 검사를 펼쳐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제적으로 감시를 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번 우리은행 사태처럼 오랜 기간 이뤄진 횡령에 대해서는 감시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뒤늦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우리은행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계좌 송금 경로 등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본점 내부에 비호 세력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명진·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