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부상하는 ‘이재용 사면론’

한국경제 전반 위기 확산 와중
삼성 M&A·투자 등 잇단 지연
“이재용 사법족쇄…반쪽 리더십
경영·투자 정상화의 길 터줘야”

미·중 패권경쟁 심화,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대내외 복합악재로 한국의 간판 기업 삼성의 ‘초격차’ 지위가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재계와 경제·산업 전문가들은 삼성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 계획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경영과 투자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통해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조치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과거의 뼈아픈 경영공백 사태를 쉽게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 족쇄’로 인해 해외 출장조차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등 ‘반쪽 리더십’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5월 8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가탄신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5월 9일) 전 마지막으로 사면 카드를 쓸 수 있는 시점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사법적 제약으로 지금은 해외 출장조차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워낙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사면 조치를 통해 한국 경제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미 삼성의 미래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약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공격적인 M&A를 토대로 외부 인재와 기술을 대거 수혈해 초격차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2016년 자동차 부품 업체인 하만 인수 이후에는 대규모 M&A 분야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선정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의 점유율은 18.3%로, 업계 1위인 대만 TSMC(52.1%)와의 격차가 큰 처지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미국 애플과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업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타격을 받으면서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 경쟁사인 대만의 TSMC와 미국 인텔이 수백조 원 단위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는데 삼성은 총수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해외 출장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있다”며 “수조 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총수가 아닌 삼성 내 각 사업부장(CEO)이 결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도 중국 업체 등의 추격이 거센 만큼 새 정부가 특단의 조치로 기업 경영 활동의 제약과 걸림돌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병철·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