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기성 이천엘리야병원장이 자신이 골막염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추천했던 그립을 시연하고 있다.

■ 우리 직장 高手 - 김기성 이천엘리야병원장

1994년 군의관 시절때 입문
꾸준한 연습… 1년만에 싱글
2000년 USGTF 자격증 획득
오버래핑 그립 관련 논문도 써

대한골프의학연구회 3대 회장
임기내 프로암대회 창설 추진

이천=오해원 기자

김기성(59) 이천엘리야병원장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구기 종목을 섭렵한 운동 마니아였다. 고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미식축구에 빠져 미식축구부가 있는 서울대 농대에 진학했다가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재수 끝에 중앙대 의대에 진학했을 정도다. 김 원장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때는 경북 포항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94년 6월이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즐긴 데다 입문 후에는 매일 연습장을 찾은 덕분에 5개월 뒤 경북 경주의 보문CC에서 처음 라운드하며 버디를 잡았을 정도로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1995년 2월 충남 계룡대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매주 빠짐없이 골프를 즐겼고, 입문 1년 만인 6월에는 계룡대골프장에서 첫 싱글까지 경험했다.

골프를 열심히, 잘하는 군의관이 왔다는 소식에 골프 약속이 끊이지 않았고 덕분에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그러던 중 평소 김 원장의 연습을 유심히 지켜봤던 프로골퍼 출신 골프병의 추천으로 1996년 3월에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테스트까지 응시했다. 비록 아쉽게 프로테스트는 낙방했지만 골프를 더 즐기는 계기가 됐고, 결국 2000년 11월에는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 프로 자격증까지 손에 넣었다. 지난 7일 경기 이천의 엘리야병원에서 만난 김 원장은 “USGTF 실기테스트가 충북 청주의 그랜드CC에서 열렸고, 76타 턱걸이로 통과했다”며 “2001년 1월에 대구대에서 강의를 듣고, 논문도 제출했다. 당시 제출한 논문은 골퍼가 흔히 사용하는 그립 방식 중 하나인 오버래핑 그립으로 인한 골막염을 치료했던 경험을 살린 내용이었다. 당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검지에 얹거나 꼬는 유명한 그립 방식이 아닌,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는 그립으로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치료방법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181㎝, 84㎏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덕분에 한창때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m나 돼 동반자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2009년 10월 환자를 치료하던 중 신종플루에 걸려 폐 검사를 받았고, 악성 암세포가 발견돼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은 뒤로는 비거리가 크게 줄었다. 2016년에는 어깨까지 다쳐 비거리가 더 줄었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 수술 후 6일 만에 실밥을 뽑고 곧바로 골프를 하러 갔을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는데, 수술 이후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줄어 아쉽다. 어깨를 다친 뒤에는 210m 정도 보내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28년 동안 골프를 즐긴 김 원장의 라이프베스트는 68타. 여러 번 언더파 스코어를 경험했지만 홀인원은 두 번 만났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두 번의 홀인원이 불과 2주 사이에 연이어 나왔다는 것. 김 원장은 2012년 7월 1일 충북 진천의 히든밸리CC에서 첫 홀인원을 맛봤고, 2주 뒤에는 진천 천룡CC에서 두 번째 홀인원을 챙겼다. 김 원장은 “폐 수술을 하고 나서 절제된 스윙을 하게 됐고, 비거리는 짧아졌지만 방향성이 좋아진 덕분에 홀인원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글은 10년 전부터 세기 시작해 현재 49회까지 늘었다. 김 원장은 “올해에도 벌써 2차례나 이글을 맛봤다”며 활짝 웃었다.

김 원장은 골프를 사랑하는 정형외과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골프의학연구회의 3대 회장이다. 김 원장은 초대 회장인 이병창 익산나은병원장, 2대 회장인 이헌상 은혜정형외과 원장에 이어 지난해 3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의 시작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1승에 빛나는 ‘골프여제’ 박인비의 부상이다. 박인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엄지손가락을 다쳐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본 정형외과 의사들이 많은 골퍼가 부상의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할 수 있게 돕겠다는 뜻으로 의기투합해 대한골프의학연구회를 만들었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는 매달 모임을 갖고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라운드를 함께하며 학술행사와 골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국내 레전드 골퍼를 기리는 프로암대회 창설도 준비하고 있다. 프로골퍼는 물론 평소 골프를 즐기는 유명인사가 함께 참가하는 방식으로 첫 대회는 대한골프의학연구회의 창립멤버이자 고문인 최상호 프로의 이름을 내걸어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대한골프의학연구회가 이뤄낸 대표적인 결과로 지난 2019년 내놓은 골퍼를 위한 동적 스트레칭을 소개했다. 더 나은 골프 동작을 위해 의학적인 관점에서 골프 스윙에 사용되는 목과 어깨, 팔과 허리, 다리, 발목 등의 웜업(Warm Up) 동작 10개를 만들었다. 일반 골퍼를 위한 동작은 2분, 더 세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프로 선수를 위한 동작은 최대 10분간 근육을 풀어주도록 했다. 지난 1월에는 2019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상 수상자인 조아연이 직접 모델로 나서 기존 동적 스트레칭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영상을 제작해 대중에게 공개를 앞두고 있다. 김 원장은 “골프를 하기 전 동적 스트레칭을 직접 해보니 효과가 좋았다. 전국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직접 해볼 수 있도록 널리 배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