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사실관계 확인 못해…피해는 국민 몫

광주=정우천 기자

조종태 광주고검장은 21일 광주 동구 청사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조 고검장은 이 법안이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이 수사권 핵심인 체포·구속,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것은 검찰 중심으로 수사시스템을 운영하라는 의미인데,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고검장은 또 “범죄자를 제대로 기소하고, 법정에서 범죄를 증명해 처벌을 받게 하려면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면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 유지 모두가 어려워진다”며 “검사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처벌이 필요한 범죄자를 풀어주게 되거나 억울한 사람이 재판을 받게 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검사가 범죄를 추가로 확인하거나 새롭게 공범을 발견하더라도 수사할 수가 없고, 사건관계인이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받지도 못하게 되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어 “구속 송치사건의 경우,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어도 검찰에서 아무런 조사나 증거확인을 할 수 없어 경찰에 요구할 수밖에 없고, 짧은 구속기간 내에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속자를 석방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수사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고,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라도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이중의 점검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차 말씀드린다”고 했다.

조 고검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검찰이 담당해 오던 중요범죄 대응이 불가능하게 돼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수사권조정 이후 검찰은 증거와 법리가 복잡한 부패범죄, 기업·경제 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해왔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법안 추진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1년 8개월간 논의를 거쳐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전례에 따라 이번의 경우에도 특위를 구성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해야 한다”며 “지금은 개정 형사소송법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그 부족한 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 시대 500년 역사에서 오늘날의 검찰과 같은 사헌부를 눈엣가시로 여겨 폐지한 왕은 연산군뿐이었다”며 “중국 현대사에서도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던 기간 중에 검찰이 폐지됐으나 결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검찰은 다시 설치됐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