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보수공사를 앞두고 있는 간송미술관 보화각 2층. 미술관은 특별전의 하나로 빈 공간의 정경을 보여준다.

반세기동안 문화재 보여준 장소
보수 앞두고 ‘빈 공간’으로 연출
특별전선 작품 8건 32점 선보여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김홍도의 ‘낭원투도’

고미술품 1만6000여 점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이 8년 만에 특별전을 열고 있다. ‘보화수보(寶華修補)-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문화재청 지원을 통해 보존처리 작업을 마친 작품 8건 32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전시장인 보화각(寶華閣) 2층은 유물 한 점 없이 빈 공간이어서 의문을 자아낸다. 3년 전 미술관 주변 경관을 촬영한 영상만 상영할 뿐이다.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곧 잃어버릴 풍경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6월 5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를 마치면 등록문화재인 보화각이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까닭이다. 장애인 접근성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의 건물 변경이 이뤄지니 현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현아 간송미술관 학예사는 “여기 빈 공간을 지키고 있는 전시대(展示臺)들은 첫 전시인 1971년부터 사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반세기 동안 문화재를 보여주는 역할을 했으니 이 또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화각은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건립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이다. 1971년에 명칭을 간송미술관으로 바꿨다. 코로나19와 수장고 신축 공사가 이어지면서 휴관 상태였다. 수장고 건물을 완공하고, 보화각 보수 공사를 시작하기 전 특별전을 연 것이다.

이번에 보화각 1층서 세종 스승이었던 권우(1363∼1419)의 ‘매헌선생문집(梅軒先生文集)’과 석농 김광국(1727∼1797)이 수집한 그림을 모은 ‘해동명화집(海東名畵集)’ 등을 만날 수 있다. 해동명화집에는 안견 ‘추림촌거(秋林村居)’, 심사정 ‘삼일포(三日浦)’와 함께 5만 원권 지폐 그림 원형인 신사임당의 ‘포도’ 등 그림 30점이 수록돼 있다. 김광국이 수집한 작품들은 세월이 지나며 흩어져 있었는데 간송이 다시 모았다고 한다. 최근 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심사정의 ‘삼일포’에 있는 벌레 먹은 모양은 일부 남겼다. 풍경 위로 눈이 내리는 것처럼 오랫동안 인식돼 왔기 때문에 그 역사를 존중한다는 차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영익의 ‘운미난첩(芸楣蘭帖)’, 한시각 ‘포대화상(布袋和尙)’, 김홍도 ‘낭원투도(랑苑偸桃)’, 장승업 ‘송하녹선(松下鹿仙)’ 등도 볼 수 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미술관 홈페이지(www.kansong.org)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한편, 전시장에서 만난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국보 경매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어려운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문화재 전시와 보존,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살려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