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은 ‘이피트(E-pit)’ 차세대 충전 플랫폼 적용을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 생태계 선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천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설치된 이피트. 현대차 제공

전기차 충전시장 속속 진출
현대차, 고객편의 확대 위해
플랫폼 개발해 사업자에 개방

BMW-한전, 인증서비스 연구
케이블 연결하면 결제까지 OK
LG·롯데·SK도 R&D 속도전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5만8253대를 기록하며 전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2507만 대)의 1%를 넘어섰다. 특히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1분기 이후 11만 대가 늘면서 국내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5398대와 비교해 150% 늘어난 1만3508대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장 등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들도 관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 113만 대를 기록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고, 최근 고유가 여파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35년 내연기관차량 퇴출’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향후 전기차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 확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면서 관련 인프라 확장과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 편의 확대와 전기차 충전 사업자 육성을 위한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을 개발해 전국에 있는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에 적용하고 충전 사업자에게 개방해 국내 충전 생태계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충전 사업자들은 E-CSP 활용 시 서비스 개발과 운영 부담이 줄어 효율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며 신규 사업자들은 충전 시장 진입이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19개소에서 이피트를 운영 중인 현대차그룹은 이달 안에 ‘제주 새빌 이피트’를 제주 최초로 개소할 예정이며 상반기 중 서울 마포, 경기 판교, 경기 광명 등 수도권 주요 도심지에 이피트를 여는 등 인구 50만 명 이상 주요 도심지에 이피트를 지속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다양한 사업자들과 추가적인 제휴 모델을 개발해 초고속 충전기 확대 보급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피트를 통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을 개선하고 충전 인프라 확대를 견인했다”며 “신규 개발한 충전 서비스 플랫폼 공개와 지속적인 충전 인프라 확장으로 충전 생태계의 질적·양적 성장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MW는 최근 한국전력과 손잡고 차세대 전기차 충전서비스 ‘플러그 앤드 차지’ 개발에 나섰다. 플러그 앤드 차지는 전기차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차량 정보를 인식하고 사용자 인증 및 결제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기술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및 미국에서 급격히 확충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충전 방식이다. BMW는 내년부터 국내 출시되는 전기차 모델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 외 국내 대기업들도 관련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소프트웨어, 기구 설계 및 플랫폼 등 전기차 충전 솔루션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충전기 상태 및 실시간 충전 현황 모니터링, 충전 결제 자동화, 원격 제어 및 진단 등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소프트웨어(SW)뿐 아니라 하드웨어(HW) 영역에서의 관련 인력 채용에도 나서면서 업계는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설계 및 생산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을 통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제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지닌 중앙제어를 인수했다. 중앙제어는 초급속과 급속, 완속 등 충전기의 자체 생산이 가능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설치 및 유지보수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SK그룹의 SK㈜는 지난해 세계 2위 전기차 급속 충전기 제조 업체 시그넷이브이의 지분 55.5%를 약 3000억 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GS그룹의 GS에너지도 충전기 제조 업체 지엔텔과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설립하고 전국에 8000개가 넘는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과 관련 인프라 확장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충전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