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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새 둥지 튼 딸 이서진에게

오늘 우리 딸이 결혼하는구나. 삼십 년을 아빠와 같이 인생이란 여행길을 걸어왔는데, 우연으로 만나 필연이 된 또 다른 길동무를 따라 새로운 길로 떠나려 하는구나. 인생이란 길 위에서 무수한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며 새봄 햇살 아래 돋아나는 새순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지만, 막상 오랜 인연과 갈림길에 서고 보니, 색 바랜 앨범 속 추억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구나.

오래전 겨울 한 날 이태 전에 태어난 첫아이의 뽀얗고 말간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던 터에, 간호사가 보여주는 너의 유난히 까맣고 주름진 얼굴이 어색했다. 하지만, 봄볕에 새순처럼 여리고 예쁘게 바뀌던 너, 동네 아저씨들이 귀여워 손이라도 잡아 보고파 애태워도 낯가림이 심해 유독 아빠 품만 찾던 너, 엄마를 따라가야 할 다섯 살 나이에도 아빠, 오빠 따라 남탕을 가겠다며 울고 불던 자그만 너. 유독 잘 웃던 너는 고사리손으로 색종이에 자작시를 올려 아빠, 엄마에게 건네주기도 하고 동네 미술학원 몇 달 실력이지만 고양시 사생대회 당선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지. 추억 속 앨범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다가 어느새 울컥하기도 하는구나.

꿈꾸는 자 행복하리. 너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언제나 볕이 들고 훈풍만이 살랑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네 고단한 삶이 좋아질지 나빠질지 누구도 내일을 예단할 수 없어 망망대해 위 일엽편주 같다지만, 늘 꿈꾸는 자는 뒤돌아 행복하다고 아빠는 믿고 있단다. ‘20살은 삶을 꿈꾸기에 좋습니다. 젊기 때문이죠. 30살도 삶을 꿈꾸기에 좋습니다. 아직 젊기 때문이죠. 40살도 꿈꾸기에 좋습니다. 뭔가 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0살도 삶을 꿈꾸기에 좋습니다. 아직 갈 길이 꽤 남았기 때문이죠’. 어느 책 속에 혹자가 한 이야기이지만 아빠는 이 말에 동의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단다. 그래! 꿈꾸는 자는 언젠가 뒤돌아 행복했노라고 외칠 수 있을 게다.

달리는 자, 뒤돌아 행복하리. 살다 보면 어렵고 두려운 일이 다반사다. 그리고 사방 돌아봐도 아무도 없이 늘 혼자뿐인 듯하지만, 인생이라는 여행길이 끝나는 시간까지 우리 가족이 네 곁에 있을 게다. 힘들면 잠시 숨 돌리며 뒤돌아보아라. 네 뒤에는 엄마와 아빠가 언제나 같이 달리고 있을 게다. 흔히 인생이란 마라톤 같다고 말하더라.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우리 모두 결승점에 다다르겠지. 그 마지막 골인 지점에서 우리 같이 외치자꾸나. “달리는 자 행복했노라”고.

영원한 동반자 아빠 이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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