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에서 BTS는 5만 관객과 하나가 돼 통합과 화합을 외쳤다. BTS가 4회 공연으로 모은 관객은 총 20만 명이다. 빅히트 제공

■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 보라색으로 물들고
관광청 트위터도 ‘보라해가스’
회당 5만명… 총 20만명 즐겨
“BTS·아미 만나면 사막도 바다”
2시간 30분간 위로·화합 무대
15·16일에도 콘서트 무대 계속

라스베이거스 = 안진용 기자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는 기적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9일(현지시간) 5만 명이 운집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겨내고 오프라인으로 다시 만나 서로의 이름을 연호하는 BTS와 팬덤 아미를 향한 감격의 메시지였다. RM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를 ‘사막의 기적’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에게 미러클, 기적”이라고 말했고, 막내 정국은 BTS가 2017년 발표한 노래 ‘바다’ 속 가사를 차용해 “BTS와 아미가 만나면 사막도 바다가 됩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얼리전트 스타디움 외부는 공연 시작 5시간 전인 2시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각종 응원도구와 플래카드로 무장한 이들은 ‘아미’라는 이름 아래 뭉쳐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BTS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 중에서는 가족 단위 아미가 자주 눈에 띄었다. 딸과 함께 BTS의 공연을 보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왔다는 미시(57)는 “4년 전 수술을 받았는데 지민의 ‘에피파니’를 듣고 큰 힘을 받았다”면서 “BTS의 음악은 나이, 인종, 국가, 지역을 초월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아미인 달리(45)는 “다섯 가족이 모두 아미”라며 “BTS의 음악은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하다”고 외쳤다. 이곳에 모인 다양한 인종과 국가, 세대의 아미를 통해 BTS가 그들의 음악을 통해 강조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9일(현지시간) BTS 공연이 열리는 얼리전트 스타디움 앞은 공연 시작 5시간 전부터 각국에서 모인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빅히트 제공

이날 공연을 시작하며 BTS는 ‘우리에게는 허가가 필요하지 않아’(We don’t need permission)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그들의 히트곡 ‘퍼미션 투 댄스’에서 가져온 이 문구는 팬데믹 속 많은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상황을 타파한 현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이 노래 속 가사처럼 “춤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 없이 마음껏 춰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흰색과 붉은색 의상을 맞춰 입은 BTS가 ‘온’(ON)으로 포문을 연 후 ‘불타오르네’ ‘쩔어’를 선보이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함성이 허용된 이날 공연에서 오프닝을 마친 후 제이홉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얼마나 크게 소리 낼 수 있는지 보여달라”며 “스크림”(scream)이라고 소리쳤고, 5만 관객은 한목소리로 열정을 분출했다.

짧은 오프닝 인사를 마친 BTS는 관객들의 함성을 에너지 삼아 ‘DNA’와 ‘블루 & 그레이’ 무대를 꾸몄고, ‘블랙스완’에 맞춰 대규모 댄서들과 함께 ‘백조’와 ‘흑조’로 나뉜 무대를 연출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피 땀 눈물’과 ‘페이크 러브’를 이어 붙인 퍼포먼스로 카리스마를 분출했고, 아미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한층 고조된 분위기는 다음 선보인 ‘라이프 고즈 온’과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통해 경쾌하게 전환됐다. ‘퍼포먼스 장인’이라 불리는 BTS의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이어 꺼낸 카드는 팬데믹 시대, 모두를 위로했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였다. 최신곡의 등장에 전주부터 함성이 쏟아졌고, BTS는 밴드 분위기로 편곡한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얼마 전 손가락 부상 때문에 수술을 받은 멤버 진은 대부분 노래를 의자에 앉아 불렀다. 7인조 무대를 6인조 구성으로 바꾸었지만 흐름은 여전히 유려했고, 진은 ‘버터’를 부를 때는 의자에서 일어나 멤버들과 한데 어우러졌다.

이후 공연은 ‘스테이’와 ‘소 왓’ ‘아이돌’과 ‘앙팡맨+고민보다 GO’를 연이어 선보이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어느덧 공연을 시작한 지 2시간이 넘어갔지만, 공연 후반부로 접어든 것을 인지한 관객들은 흐르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듯 더 큰 목소리로 BTS를 연호했다. 앙코르곡은 이 공연의 초반부에 던진 화두인 “허락 없이 춤추고 노래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퍼미션 투 댄스’였다. 이 순간 5만 관객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기며 2시간 30분에 이르는 공연의 마침표를 BTS와 함께 찍었다.

공연 내내 영어로 소통하던 제이홉은 “이 퍼펙트한 상황을 한국어로도 남기고 싶다. 여기는 사막에 있는 도시인데, 바다에 온 기분은 뭘까? 여러분의 웨이브(파도타기 응원)를 보고 정말 감동받았다. 전 세계에서 너무 많이 우리를 사랑해준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고, 앞으로도 그에 걸맞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한국어 인사를 전했으며, 슈가는 “팬데믹을 겪으며 얻은 교훈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을 컨트롤 하려는 순간 힘들어지는 걸 알게 됐다. 바람 가는 대로 물 가는 대로 여러분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뷔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아미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싶었다. 솔직히 할 말은 이거 하나다. 너무 보고 싶어 미쳤고, 오늘 봐서 미쳤고, 집에 가서도 미칠 예정”이라며 “나 할 말 아직 안 끝났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객석의 온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BTS의 공연이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라스베이거스는 그들을 상징하는 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멤버 뷔가 만든 응원구호인 “보라해”(서로 믿고 오래 사랑하자는 의미)와 라스베이거스를 접목시킨 ‘보라해가스’(BORAHAEGAS)라는 문구는 도시 곳곳을 장식했고,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도 보라해가스로 바뀌었다.

한편 8, 9일 두 차례의 공연을 마친 BTS는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후 오는 15, 16일 공연을 이어간다. 미처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 마련된 라이브 플레이존에서 실황 공연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즐겼다. 마지막 공연은 온라인으로도 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