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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해공 신익희(1894~1956)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상당히 귀에 익은 구호가 들려왔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로 1956년 제3대 대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민주당의 선거구호였다. 당시 민주당 신익희 후보의 한강백사장연설회는 30만의 대군중이 운집해 현대 정치사에 신익희라는 최초의 대중적 정치지도자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선거일 불과 이틀 전 신익희 후보가 호남선 열차에서 급사해 평화적 정권교체 기회를 상실한 것은 우리 현대사에 통한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신익희는 독립운동가로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경기 광주군 출신인 그는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졸업 후 약관 20대에 중국으로 향해 독립운동에 뛰어들면서 수십 년의 세월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임시정부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러 요직을 지냈다. 특히 독립운동에 있어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중요시해 중국의 여러 지도자와 교분을 쌓았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중국군의 중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중국식 이름이 왕해공이었는데 신익희의 아호인 해공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일제강점기 말 다시 임시정부에 합류한 그는 임정의 내무총장으로서 해방을 맞이한다.

해방 후 정치인으로서 신익희는 개성 있는 정치를 보여줬다. 이상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현실적 정치 노선을 설정하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통일자주정부 수립을 주장했던 김구 등의 임시정부계 정치인들과는 다른 정치적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익희는 임시정부계와 결별하고 이승만을 도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했다. 그런데 이승만 정권이 독재 성향을 드러내자 이승만과도 결별하고 이청천 장군 등과 함께 김성수의 한민당과 연합해 민주국민당을 창당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1954년 사사오입 개헌 파동 후에는 자유민주파를 규합해 1955년 민주당을 창당, 당수를 지냈다. 그리고 1956년 3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에 이른다.

당시 민주당 후보 신익희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가 급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선거가 치러졌다면 우리 현대사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것으로 여러 현대사 연구자가 언급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회, 그리고 민주주의가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신익희는 무엇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현실정치에 적용한 정치인이었다. 정치영역에서의 정보는 핵심적인 요소다. 정보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지,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은 정치인에게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임시정부 휘하에 정보를 다루는 조직을 만들려고 했고 해방 후에는 예전의 조직을 바탕으로 ‘정치공작대’를 결성했다. 신익희의 정보조직은 해방 후 혼란기에 많은 활동을 했고 정부 수립 시에 헌법제정 과정에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다. 신익희가 한국 정치에서 국회의장과 통합야당인 민주당 당수,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까지 선출될 정도의 정치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보에 대한 깊은 인식과 현실 정치에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현대적 정치지도자로서 신익희는 우리 현대사에 특별한 위상으로 존재한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국독립과 민족화합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해공 같은 지도자가 그립다.

이인국 두산이동화선생기념사업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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