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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말 정부 이제야 “엄정대응”

노조, 요구 안들어주면 불법점거
건설현장 단속에도 ‘횡포’ 여전
시멘트 운송중단협박→공정지연
불법행위·폭력 뿌리 뽑는다지만
노조반발 등 뒷감당은 尹정부 몫

‘건설현장은 노조의 밥?’

정부가 31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심의·확정하고 뒤늦게 엄정 대응 방침을 발표했지만, 지난 5년간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양대노총의 불법·탈법 행위를 이른 시일 내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악질적 행위를 방치하다가 임기 말이 돼서야 보여주기식 ‘뒷북 대책’만 내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 및 건설사 등에 따르면, 채용 강요나 폭행·협박 등 양대 노총을 필두로 한 건설현장 내 ‘떼법’ 갑질은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경기 시흥 지식산업센터 공사 현장엔 민주노총과 전국연합노련 소속 조합원들이 들이닥쳤다. 이곳은 한국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하기로 합의된 곳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 등은 “채용된 사람을 해고하고, 우리 쪽 사람을 대신 채용하지 않으면 전국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마비시키겠다”며 “우리는 인원이 많아서 할 수 있다”고 시공사 현장소장을 겁박했다. 한국노총 측은 당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 채용질서 신고센터’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레미콘 업체들이 “시멘트 운송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노조원의 협박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화물을 운송하는 개인 차주들과 회사 소속의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 노조원은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 입구를 ‘들어오면 죽는다’는 문구가 적힌 트레일러 차량으로 가로막고 시멘트 출하를 막았다. 공사기간이 급한 현장에서도 정시 출퇴근을 고수하거나 비(非)노조 기사를 쓰는 업체를 방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노조 횡포에 경기 양주의 한 레미콘 업체는 지난해 5월 폐업을 결정했고, 연천의 다른 업체는 최근 회사를 매각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선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소속 노조원 채용을 위해 불법체류자를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신분증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약 100일간 단속에 나섰다. 채용 강요, 불법 점거 등 행위를 집중단속했지만, 1명이 구속되고 4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건설 업체를 중심으로 “만연한 불법 행위 실태를 고려하면 큰 성과를 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기 말 ‘노조 불법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차기 정부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