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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인류의 공존 플랜│미노슈 샤피크 지음│이주만 옮김│까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중심이 지탱하지 못하니… 어떤 계시가 임박한 것이 분명하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스페인 독감 대유행 당시 한 말이다. 임신한 아내가 스페인 독감에 걸려 몸져누웠을 때였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는 시인의 말은 2년 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사회의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 그대로 적용된다. 가난한 사람,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드러난 동시에 저임금 필수 노동자 없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미노슈 샤피크는 “은행가와 변호사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식료품 상인과 간호사, 치안 인력이 없으면 안 된다”며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그는 보다 나은 길을 선택하기 위한 틀로 ‘사회계약’을 제안한다.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좌우하는 정책과 규범인 ‘사회계약’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는 것이다. 사회계약은 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개입할 때 어떤 일을 사적 영역에 두고 어떤 일을 공적 영역에 둘지 선택하는 것으로, 개인과 기업, 시민사회, 국가가 공공복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약속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고령화, 기후변화, 여성의 역할 변화, 첨단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이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구체적 모습을 아이들, 교육, 건강, 노동, 고령, 세대 등 6개 분야로 나눠 살펴본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위한 사회계약의 경우 양성에 평등한 육아휴직 보장, 유연 근무제 도입 등으로 육아를 지원하고 가사 및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교육 쪽에서 보면 교육 효과가 가장 큰 5세 이하 어린이의 교육에 개입하는 한편 18세 이상 누구에게나 평생 학습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사회계약의 3대 원칙을 지시한다. 첫째, 모두에게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교육, 복리후생 보험금, 연금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조건들이 포함된다. 다만 ‘최소한’의 수준은 각 사회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시민의 역량 강화에 최대한 투자해야 한다. 인적 자본의 계발은 노동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 위험은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 질병과 실직, 노화 등의 위험 요인은 사회가 분담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개개인 역시 자신의 소득을 일평생에 걸쳐 분배한다는 사고 안에서 보험가입 및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을 통해 자신이 겪을 어려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의 선택이 우리 삶을 결정지을 수 있다며, 어떤 계급이나 당파의 이익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인도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24쪽. 1만7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