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출근하는 尹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 ‘文 인사권’ 저지 나선 인수위

임명 막을 유일 수단이라 판단
최재형 前원장도 2차례 거부해

文인사땐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
인수위 압박도 또다른 논란 전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감사원장에게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감사위원 제청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은 사실상 현 정권의 감사위원 임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임기 내 대통령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법에 따라 행사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운 만큼, 인수위도 헌법과 감사원법에 보장된 감사원장의 독립적인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임명한 현 감사원장이 인수위의 주장처럼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고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할지는 미지수다.

현행 헌법 98조 제3항은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법 제5조도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감사위원 후보를 단수로 정해 감사윈장에게 제청을 요청하고, 감사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해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법상 감사원장의 제청권을 규정한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천거하라는 헌법상 책무”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감사원장 제청권을 중시한 대표 사례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제청 거부를 꼽는다. 최 전 감사원장은 2020년 8월 국회에서 청와대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김 전 차관 임명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중립적 감사위원 제청은 제 헌법상 책무”라고 대답했다.

인수위는 문 대통령이 공석인 감사위원 2명 가운데 1명을 퇴임 전 임명할 경우 감사위원 인적 구성의 균형이 깨져 정치 독립성 논란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 중 임명된 감사위원 3명이 재직 중인 가운데, 총 7명의 감사위원 중 4명이 ‘문재인 인사’로 채워질 수 있어서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감사위원 인선을 강행한다면 감사원에 원칙론을 내세워 제청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청하지 않았던 것도 상식적이지 않았고 결국 정치적 행보를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왜 자꾸 인사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