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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부 부장

현재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치솟는 인플레이션(점진적 물가상승)에 놀라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셈법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970년대처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글로벌 경제의 단연 우선순위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산유국을 대상으로 원유 생산 확대 유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상대국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다. 바이든 행정부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문제, 예멘 후티 반군 테러조직 명단 제외 등으로 사우디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거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심지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며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고사하기 위해 갖은 봉쇄 조치를 해온 바 있다. 또 이란과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또다시 사우디와 이란으로 대표되는 수니·시아파 간 대립을 촉발할 여지가 많다. 그런데 셰일오일은 어디 갔는가. 한때 미국의 셰일오일은 사우디 등의 에너지 공세를 손쉽게 무력화하는 기막힌 헤지수단으로도 작용했다. 셰일오일 덕분에 저유가가 비교적 장시간 유지됐고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셰일오일 덕을 톡톡히 봤다. 셰일오일로 인해 에너지독립국을 외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미국은 왜 1970년대처럼 중동 산유국 눈치를 보는 신세로 다시 전락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바탕을 둔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 정책에 대한 선호를 표나게 강조한 데 이어, 취임 첫날 키스톤XL 송유관 승인을 취소했다. 요즘 유행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도 셰일산업 침체에 한몫했다. 금융회사들로선 ESG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셰일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미국 셰일산업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크게 위축된 상태며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시추 후 미완공 유정(DUC)’ 수는 2020년 6월 8800개가 넘었지만 지난 2월에는 4400개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바이든 행정부도 셰일업계에 증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생태계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란 환경에 대한 강조가 거의 종교적 수준에 이른 것을 빗대어 쓰는 말이다. 친환경이라면 문재인 정부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한국 원자력발전 산업을 망가뜨렸다. 미국 셰일산업에서 보듯이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란 극히 힘들다. 윤석열 정부가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의 대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