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 안중근 의사 유물 보존처리 지원

이미지 크게보기 안중근 의사의 가족 사진첩. 삼성문화재단 제공

순국 사연 깃든 가족사진첩, 글씨 2점 등 작업
리움미술관 통해 독립문화유산 보존처리 첫 지원

삼성문화재단이 안중근 의사의 가족사진첩 1점과 유묵(遺墨)의 보존처리를 지원한다.

재단은 “오는 26일 안 의사 순국 112주기를 맞아 안중근의사숭모회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의 보존처리 작업을 리움미술관을 통해 돕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재단이 독립문화유산의 보존처리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8월 관련 단체와 안 의사 유물 조사를 진행했다. 올 1월 보존처리가 필요한 유물 3점을 숭모회로부터 전달받고 이달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보존처리를 마친 후 숭모회로 다시 인계할 예정이다.

작업을 진행 중인 사진은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마지막까지 가슴에 품고 그리워했던 가족들의 얼굴을 담고 있다. 한복을 입고 앉아 있는 부인 김아려 여사 옆에 큰아들 분도가 서 있고, 작은아들 준생이 무릎에 안겨 있다.

이 사진은 일본 경찰이 찍은 것이다. 전해진 바에 의하면, 안 의사가 하얼빈 의거 직전에 동지 정대호에게 부탁해 부인과 두 아들이 하얼빈에 왔지만 의거 다음 날(10월 27일)에 도착하는 바람에 가족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이들을 수상히 여긴 일본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으로 연행해 조사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은 안중근 의사의 통역관이었던 소노키 스에요시가 사형이 언도된 안 의사를 안타깝게 여겨 손수 마련한 비단 첩에 담아서 전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소노키가 보관하고 있던 것을 일본의 한 소장가에 의해 2020년에 한국으로 반환됐다.

현재 사진첩은 연결부가 끊어져 분리되고 모서리 부분이 많이 닳고 해져 있는 상태다. 사진은 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사진첩의 손상 부분을 수리해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역시 보존 처리 작업에 들어간 ‘천당지복 영원지락(天堂之福永遠之樂)’은 안 의사가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쓴 글씨다. ‘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다’라는 뜻으로 안 의사의 천주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최초 소장자가 누구인지는 불명확하며 안 의사의 가족사진첩과 함께 2020년에 한국으로 반환됐다.

‘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은 안 의사가 자신의 공판을 스케치한 ‘도요신분(土陽新聞)’ 통신원인 고마쓰 모토고에게 써준 유묵이다.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라는 뜻이다. 재판정에서 독립의 신념과 동양평화를 외쳤던 안 의사의 의연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마쓰의 종손에 의해 2016년 11월 한국으로 반환됐다.

유묵 2점은 족자 주위를 꾸미는 장황천과 작품 종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꺾여지고 우글쭈글해진 상태다. 재단 측은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노후한 장황을 보존에 적합한 천연소재의 장황천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작품 종이는 리움미술관에서 직접 만든 고풀로 배접해 꺾임과 우는 현상을 완화할 예정이다. 고풀은 동양 고서화의 보존처리에 사용하는 접착제로 10년 이상 항아리에서 발효시킨 것이다. 유묵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굵게말이축과 오동나무상자도 새롭게 제작한다는 게 재단 전언이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는 “재단이 안 의사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평화사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의미 있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립문화유산 등을 보존해 다음 세대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영렬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은 “안 의사 순국 112주기를 앞두고 의사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는 유물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에 깊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쓴 글씨 ‘천당지복 영원지락(天堂之福永遠之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