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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원주 진광고 8회 동창생들

세상 살면서 가까이해야 할 인연이 있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척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인연을 맺는 많은 지인이 포함된다. 지인을 조금 더 세분화한다면 학연으로 얽힌 인연이나 고향이 같은 지연, 그리고 회사에서 업무로 만나는 숙명과 같은 인연, 또한 사회에서 알게 되는 또 다른 엮임 같은 관계도 있다. 우리는 그 많은 인연 중에서 어느 인연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을까?

그 넓은 인연의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인연은 또 얼마나 될까?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 인연에 그저 겉치레 웃음으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등지지 않고 서로 비난하는 관계로 남지 않기 위해 아니, 나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저 공허한 인사를 전하고 “언제 한번 밥 먹자”를 반복해 놓고 결코 같이 식사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깊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 유지에는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주변인들과 인연이 깊지 못한 것은 내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는 데 원인이 있다. 그렇지만 돈만 보고 다가서는 파렴치한 사람도 있을 테니 그 정도를 파악하는 ‘보는 눈’도 필요하다. 정말 힘든 일이 바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거리두기’가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고 사람 관계의 거리두기는 이미 인류의 사회화와 함께 진화한 사회적 항상성을 갖는 용어다. 그래서 법정 스님께서는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고 일침을 주셨다.

이 인연의 고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고교 동창생 한 명이 있다. 고교 동창생들 사이에 그 녀석 때문에 돌고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거의 25년은 돼가는 것 같다. 그 돈이 돌기 시작한 지 말이다. 처음 시작됐던 돈이 100만 원 정도로 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도 시작되기 전,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청춘들이 대기업을 박차고 나가 자기 사업들을 막 시작할 시기였다. 대부분 작게 시작하는 자영업들이 그렇지만, 월말만 되면 막아야 하는 잔금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당장 급전이라도 융통해 메워야 또 한 달을 버틸 수 있기에 급한 대로 인연이 닿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사업의 분주함에 있던 한 고교 동창이 그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려 한 달을 쓰고 빌린 돈을 갚으려고 했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친구가 그 돈을 자기에게 갚지 말고 “혹시 너처럼 급하게 돈이 필요한 동창이 있으면 주라”고 했다.

그 돈이 동창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 내가 아는 돈의 순환은 그 처음 동창을 넘어 다른 친구에게 150만 원으로 불려서 전해졌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다음 전달받은 친구가 누구인지는 비밀이어서 전해준 친구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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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대단한 친구들을 두고 있지 않은가? 설사 그 돈이 어떤 한 친구에게 물려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화가 나거나 하지 않는다. 또 돌 것이 틀림없을 테니까. 그 돈이 돌고 있지 않다면 그 친구가 정말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돈을 돌게 만든 첫 친구를 잘 안다. 당시 그는 그저 평범한 대기업 월급쟁이였다. 평범하지만 마음만큼은 하늘같이 높고 바다같이 넓은 녀석이다. 얼굴은 산적같이 생겼는데 마음은 호수 같다. 겉모습만 보면 사람 마음은 모르는 일이다. 인연의 깊이는 그렇게 스스로 내놓고 희생하는 가운데 깊어지는 것 같다.

25년도 더 됐으니 지금은 그 종잣돈이 얼마나 불어서 돌고 있을까? 붇지 않았어도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정말 친구들을 잘 뒀음이 틀림없다. 원주 진광고 8회 동창생들이다.

이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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