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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슬하에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아들은 10년 전 대기업에 취직했기에 ‘곧 결혼하나 보다’ 했으나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들은 어렸을 적부터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돋보여서 많은 사람이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알던 사람들이나 친척들이 아들 결혼 소식을 물을 때마다 부끄럽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딸에게 미안하지만, 딸이 아기를 낳아서 손주를 데리고 와도 ‘아들은 언제 결혼하나’ 그 걱정부터 들고, 혹시 이 아이가 우울증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입니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해서 행복하냐”고 묻는데 저도 남편 때문에 속 썩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할 말이 없습니다.

A : ‘내 체면이 먼저’ 아니었는지 돌아보길… 자녀 선택에 맡겨야
▶▶ 솔루션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문제도 많습니다. 사실 본인이 결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분들은 없지만, 자녀가 결혼하지 못해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분은 꽤 많이 봅니다.

현재 60∼70대인 세대에게 결혼은 당연한 삶의 과정이었지만,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서 결혼은 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들은 결혼에 대해 부담을 갖고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사회가 많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자녀도 사회생활을 하며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있는데, 지금 나이에 부모의 가르침으로 가치관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부모의 사이가 좋은 것을 보고 자란 경우에 결혼을 선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입니다. 즉, 비혼이라고 무슨 정신적 문제를 가진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결혼을 했다가 더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잘 안 된다면 부모가 도와줄 수도 있지만, 진정 중요한 것이 자녀의 행복인지 나의 체면인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은 어디까지나 ‘자녀의 선택’입니다.

앞으로도 결혼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인생의 과제는 많은데, 자녀 양육의 끝맺음을 결혼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막상 자녀가 결혼한 후에 완전히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결혼을 ‘시켜야’ 자녀에 대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인 분리는 결혼보다도 훨씬 더 일찍 이뤄졌어야 할 일입니다. 자녀가 성년이 되는 순간에 말입니다. 사실은 여태껏 나에게 속한 존재라고 여겨서 더욱 힘든 것은 아닐까요?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여전히 모든 부모에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매일 같이 그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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