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6일째 ‘무차별 포격’ 개시로 전쟁 새 국면
키예프 향한 차량 행렬 또 포착, 병력 증강하는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의 민간인 지역에도 포격을 가했다. 지금까지 군사시설 중심으로 폭격을 가하던 러시아군이 불리한 전황을 뒤집기 위해 민간을 향한 ‘무차별’ 공세에 나선 것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5일째인 2월 28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의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점령에 나섰으나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으로 며칠째 교전을 벌여왔는데, 이날 전격적으로 민간인 지역에 포격을 가한 것. SNS에 올라온 영상들에는 인구 140만 명의 하르키우 전역에서 폭발이 보였고, 아파트가 폭격받은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또 아파트 밖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거리에는 불이 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도 페이스북에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 끔찍한 장면을 전 세계가 봐야 한다”며 영상을 올렸다. AP 통신도 “민간인 거주지역이 포격을 받았으며, 아파트는 반복적인 강력한 폭발해 흔들렸다”고 전했다.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11명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예상보다 빨리 점령하지 못하면서 전세가 불리해지자 ‘무차별 공격’ 카드를 꺼내 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인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현재 진행되는 협상에서 빨리 굴복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공격 수위를 높이는 간단한 방법으로 러시아는 우리에게 압박을 가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CNA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만은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으며, 이번 전쟁은 훨씬 더 험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병력 증강도 이날 또다시 포착됐다.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에 키예프 인근에서 길이가 64km에 달하는 대규모 러시아군 수송 행렬이 잡힌 것. 수송 행렬은 장갑차와 탱크, 대포, 지원 차량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약 32km 떨어진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에서 지상군과 지상 공격용 헬리콥터 부대도 목격됐다고 막사는 밝혔다. 러시아가 군을 증파하는 신호로, 키예프 점령을 위한 공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