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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많은 단어는 짧디짧은 고유어다. 인간의 삶은 결국 와서 먹고 싸고, 입고 벗고, 자고 깨고 하며 살다가 가는 것인데, 그 모든 동사가 더할 나위 없이 짧다. 먹는 것에 대한 맛의 표현도 쓰고, 시고, 짜고 달다고 하니 형용사 또한 마찬가지다. 맛이 아닌 통증이지만 맛처럼 표현할 때 쓰는 ‘맵다’도 역시 짧은 반면, 오묘한 맛이 조화를 이룬 감칠맛을 딱 부러지게 표현할 말이 없다.

‘쓰다’는 기본적인 맛 이외의 뜻으로 쓰일 때는 달갑지 않고 싫거나 괴로운 느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쓴맛이 기본적인 맛이긴 하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반면에 ‘달다’는 꿀이나 설탕의 맛이 아니더라도 음식이 맛있을 때 쓰고, 나아가 흡족해 기분이 좋을 때도 쓴다. 사람들이 쓴맛과 달리 단맛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맛의 말이 확대돼서 쓰이는 양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다’의 확장된 용법은 모호하다. 과일이 시다고 표현할 때는 익지 않거나 달지 않다는 뜻이다. 이나 뼈가 시린 것도 좋은 일은 아니고 눈이 신 것도 역시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짜다’는 맛 중의 가장 기본적인 맛이니 없어서는 안 되지만 확장된 의미에선 대접을 못 받는다. 씀씀이가 짠 사람은 구두쇠 취급을 받고 성격이 짠 사람은 인색한 사람이니 사랑을 못 받는다.

음식의 맛은 이 네 가지 맛의 변주와 조화의 결과다. 달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도 과하면 맛의 균형이 깨지고, 꼭 필요한 짠맛이라도 과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 쓴맛과 신맛은 주된 맛이 될 순 없지만, 적당히 가미되면 음식의 풍미를 돋워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달기만 한 사람은 쉬이 녹고, 짜기만 한 사람은 따돌림을 당한다. 인생의 쓴맛과 신맛을 알려주는 이는 반갑지 않지만,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맛을 가릴 일은 아니다. 인생 또한 쓰고, 시고, 짜고 단 맛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