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기자회견 법조계 반응
“檢 소극적 수사가 논란 키워”

법조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이 ‘대장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이라고 지목한 조재연 대법관의 기자회견 직후 “오죽하면 대법관이 기자회견까지 가졌겠냐”는 반응과 함께 미확인 사실을 선거에 활용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친정부 간부들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의혹’ 실체 파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 안팎에선 이 후보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전직 대법관은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서 본인이 빠져나가겠다고 토론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사안을 실명으로 확인됐다고 발언하고 민주당은 이것을 밀고 나가고 있다”며 “말할 가치도 없는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한 고등법원 판사도 “온 국민이 다 보는 토론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갖고 사법부 최고 기관이라 할 수 있는 대법원의 대법관 실명을 거론했다”며 “정치적 공방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대법원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연루됐다는 대장동 의혹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사법부까지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다른 지방법원 판사는 “대장동 의혹 초점이 이 후보에게 쏠리니까 사실 ‘그분’은 조 대법관이고,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사법부 신뢰를 흔들면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중앙지검의 미온적 수사가 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크다. 대장동 의혹 수사 착수 5개월이 지났지만, 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 책임자인 이 후보에 대한 서면조사 등 ‘윗선’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주도한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김태규 변호사(전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거주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20분이나 기다리고 있는 등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