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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뿌리…’ 출간
대학 서열화·수도권 쏠림 등
기원 추적하고 문제점 조명

세계적인 명문대학은 거의 사립인데 왜 한국에서는 국립 서울대가 1등으로 여겨지는가. 왜 한국 대학은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를 정점으로 서열화됐는가. 인기 있는 주요 대학은 왜 서울에 모여 있고, 대부분이 사립인가. 왜 한국에서 대학은 집안의 기둥뿌리를 뽑아서까지 반드시 보내야 할 곳이 됐는가. 의대와 법대 선호는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한국의 대학 시스템에 대한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책 ‘한국 대학의 뿌리, 전문학교’(지식의날개·사진)가 출간됐다. 한국 근현대 고등교육 연구자인 저자 김자중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 대학과 고등교육의 뒤틀린 역사가 일제 강점기 전문학교 체제에서 기원했다고 말한다. “경성제국대학을 서울대로, 보성전문학교를 고려대로, 연희전문학교를 연세대로 바꾸고 나면 거짓말처럼 오늘날의 대학 문화와 구조를 그대로 빼닮은 그때 그 시절의 고등교육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의 서열화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진단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대학은 경성제대가 유일했다. 경성제대를 정점으로 관·공립 전문학교, 사립 전문학교, 전문 정도의 각종 사립학교가 서열을 이뤘다. 해방 후 경성제대와 6개 관립 전문학교, 1개 사립 전문학교가 합쳐져 서울대가 탄생했다. 사립 전문학교와 전문 정도의 사립학교들은 사립대로 승격됐다. 일제 강점기의 서열구조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서울대가 맨 위에, 그다음 자리는 사립대가 죄다 차지하게 됐다.

소위 명문 대학의 수도권 쏠림도 전문학교 시대로부터 유래했다. 1925년까지 모든 전문학교는 수도권에만 존재했고, 해방 당시에도 20개 중 13개 학교가 수도권에 있었다.

의대와 법대 등 전문직 자격과 직결되는 특정 전공을 선호하는 풍조 역시 전문학교 체제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45년 함흥의학전문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8 대 1이었고 광주의학전문학교는 무려 44 대 1에 달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