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이 15일 시작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치교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교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시대교체와 더 나은 정권교체’를 내세웠다. 이 가운데 정치교체 구호는 막연하다. 이 후보는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0선 이재명이 거대 양당 중심의 여의도 정치를 혁파하겠다”면서 “정치교체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관련 공약으로 비례대표 위성정당 금지, 기초의회 2인 선거구 제한 등도 내놨다.

이른바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경험이 없거나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것이 근거라고 한다면, 윤 후보가 훨씬 앞선다. 위성정당 금지를 정치교체의 내용으로 앞세웠지만, 그러려면 제1 야당이 반대하는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고, 그 결과 대국민 약속까지 번복하면서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민주당의 후보로서, 그런 잘못에 대한 사죄부터 먼저 했어야 했다. 게다가 이 후보의 인기 영합 공약과 말 바꾸기 행태 등을 보면 기존 ‘여의도 정치인’을 뺨칠 정도다.

이 후보는 최근 “소수 정당 의지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정치교체의 핵심”이라고 했다. 2인 선거구 제한도 소수 정당에 유리하다. 정치교체가 지방선거를 매개로 한 정의당과의 단일화 포석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 후보는 14일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하고 “정치교체와 국민 통합에 동의하는 세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근본 인식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안다”는 말을 상기시킨다.

정치교체가 신뢰성을 가지려면, 문 정권을 주도한 586 정치인의 물갈이, 정치 불신을 더 키운 조국·윤미향 등에 대한 입장, 문 정부에 대한 정직한 평가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60%를 오르내리는 정권교체 여론에 편승해 국민 판단을 흐리려는 말장난으로 여겨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