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김아타 작가는 지난 2009년 한국 사진작가로는 유일하게 베네치아 비엔날레 초청으로 6개월간 특별전을 열었다. 이때 ‘온-에어(ON AIR)’ 시리즈로 이탈리아 도시 로마를 구성하는 1만 장의 사진을 흩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여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비엔날레에 대한 화려한 추억만 있는 게 아니다. 사진작가 최초로 2002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참가했으나, 경비 부족으로 인해 작품 퀄리티가 떨어지자 현지에서 모두 폐기하고 단 한 점도 한국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인간문화재를 기록하는 작업에 몰입하던 시절인 1991년 서해안 배연신굿 보유자인 김금화 선생을 만나 찍은 사진도 그는 “최악의 실패작”이라고 자인했다. 어떤 평론가는 그 사진을 보고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며 찬사를 보냈으나, 그는 선생의 정제된 정신이 아니라 기(氣)만 살아 있는 탓에 작가의 수행 한계를 드러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 작업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실패에 대한 인정은 진솔했다. 아르테논 미술관 운영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생각한 탓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르테논 개관 후 전시장과 작업실을 일반에게 개방했는데, 1년쯤 운영하다가 멈췄다. 찾아오는 이마다 그를 만나고 싶어 하니 작업에 방해가 되는 데다 관리, 인건비 등의 문제가 컸던 탓이다. 그는 미술관은 포기했으나 아르테논을 정치와 종교,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예술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공간으로 계속 가꿔 갈 것이라고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예술계 친구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데, 그들에게 보여 줄 만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자존심이 제게 있거든요.”

그는 기존 건물들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현재 과수원으로 있는 1500여 평의 땅에도 새롭게 전시, 작업실을 더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 제 손녀 그림 그리는 공간도 만들 생각이에요. 하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예술가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그 역시 손녀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이는 할아버지였다.

“삭발한 외모 탓에 괴팍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하니 그는 “나는 일상에서 따뜻한 남자”라며 웃었다. 인터뷰를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그의 아내(강인숙 씨)는 “그 말이 맞는다”고 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늘 나의 심지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옆에서 불씨를 들고 있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그는 “사업을 하는 아들이 성공해서 아버지 작품을 사고 싶다고 한다”며 서슴없이 아들 바보임을 과시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