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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개인정보 무더기 취득 논란

어느 수사기관이 언제 확보했나
파악할 수 없어 문제 더 심각
법조계 “정보 제공 제한 필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4대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개인의 직장명, 치료 병원명, 대표 진단명 등의 민감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상 불가피하게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성도 있지만, 2018년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요양급여 내역 확보에 신중하라며 경종을 울렸는데도 개인 건강정보 획득량이 증가한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대 수사기관에 제공한 개인정보는 총 211만7190건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찰(185만9875건), 검찰(25만5696건), 국가정보원(1423건), 공수처(196건)순으로 개인 건강정보를 확보했다. 특히 병원을 간 날짜, 본인 부담금액, 병원명 등의 민감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요양급여 내역’은 현 정부에서 지난해 총 89만9751건을 획득했다. 박근혜 정부 때 가장 많았던 80만8917건(2016년 기준)보다 약 9만 건이 증가했다. 건보공단은 “불특정 대상자 또는 민감한 의료 기록은 영장이 제시된 경우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 정부는 직장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자격 내역’도 지난해 79만5161건을 조회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자격 내역 확인을 통해 수사 대상자와 주변 인물이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며 “요양급여 내역은 보험사기 수사도 있지만, 사람을 잡기 위해 근거지(진료받은 병원 확인)를 추적할 때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5년 10월, 당시 박근혜 정부 수사기관의 개인 건강정보 획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건보공단이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면 가입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건보공단은 “개정안에 따라 통보한(우편통보) 내용을 본인 이외의 사람이 확인할 경우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또한, 문화일보가 건보공단에 ‘수사기관에서 내 정보를 취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느냐’고 묻자 공단 측은 “그런 제도는 없다”고 답변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 행정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