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사위, 방만경영 적발
1인당 年 720만원 지원 받아
개인 헬스·취미활동 등에 사용

서울을 대표하는 종합 예술시설인 세종문화회관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퇴직 예정자에게 공로연수비를 마구 퍼주다 서울시 감사에 적발됐다.

퇴직 후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게 회사가 교육·훈련을 지원한다는 공로연수제의 취지와 달리 연수비는 헬스·취미활동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재무제표에 적시된 기부금과 실제 영수증 발급액이 많게는 3억 원이 넘는 차이를 보이는 등 방만 경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로도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수입 예산의 60.4%를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17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퇴직 예정자 대상 공로연수비로 1인당 월 60만 원, 1년 기준 720만 원까지 지원해 왔다. 세종문화회관의 공로연수비는 상위 기관인 서울시보다 4.5배나 많으며, 헬스 등 취미 활동에도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제로 2020년 공로연수자 A 씨는 취미, 건강관리 등을 위한 학원 수강료 명목으로 720만 원 전액을 썼다. 시가 창업·재취업과 관련이 없는 항목에 공로연수비 지출을 금지한 것과 딴판이다. 시는 1인당 월 13만3000원, 1년 기준 16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기부금 관리를 엉터리로 해온 점도 도마에 올랐다. 세종문화회관의 2017년과 2018년 손익계산서상 기부금 수입액은 영수증을 발급한 액수보다 각각 1억5200만 원·1억6396만5000원 많았다. 2019년과 2020년엔 영수증 발급액이 손익계산서상 금액보다 각각 3억3442만8000원·838만6000원 많아 석연찮은 차액의 사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시 감사위는 “기부금을 선택적으로 회계 처리하는 등 자료 관리 전반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은 “시의 감사 결과에 따라 공로연수 과정을 개선해 운영하고 있으며, 기부금 관리 및 운영 내규를 제정하는 등 규정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