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공 500건·민간 300건
해킹 의심 사례 포착해 차단

전문가 “사이버테러 중대 위협
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시급”

국가정보원이 전 세계 각국의 외교·안보, 방산·과학기술 기밀, 국제범죄조직 자료 등을 탈취하려는 국제해킹조직의 ‘글로벌 해킹’ 시도를 사전 차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표적이 됐던 나라는 무려 70개국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나 해킹된 정보가 넘어갔을 경우, 상당한 국제적 혼란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관측됐다.

1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던 국제해킹조직의 70개국을 상대로 하는 조직적 해킹 시도 정황을 파악했다. 이 조직은 최근 수년간 보안이 취약한 민간 웹사이트를 경유지로 활용, 각국의 외교·안보, 과학기술 관련 기관을 상습 공격해 사이버 테러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국정원은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국가에 바로 해킹 시도 사실을 통보했다. 공격대상 IP, 취약점을 보인 소프트웨어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해당 국가들은 바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한 보안 조치 강화에 들어갔다.

결국 방어벽은 뚫리지 않았고 해킹시도도 무위로 끝났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에도 또 다른 조직의 방산기술 해킹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 내용과 공격수법을 해당 국가의 정보기관에 제공한 바 있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 네트워크와 방첩·산업보안·대테러·국제범죄 전반에 걸친 국내외 정보를 활용해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원 사이버안보센터는 국제 및 국가 배후 해킹조직에 의한 국가 공공기관 대상 500여 건의 해킹 의심 사례를 탐지했다. 민간 분야에서도 300여 건의 해킹의심 사례를 적발해 대상기관에 전달했다. 실제로 국내 한 방산업체 직원의 이메일 계정이 지난해 11월 무렵 해킹된 사실을 탐지하고 합동조사를 통해 자료 유출을 막았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최근 국제해킹조직은 국제범죄·대테러·산업기밀·방산 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북한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아예 해커부대를 당과 군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 방산기술·군사기밀을 노리는 동시에 민간업체를 상대로 반도체·로봇·인공지능(AI) 최첨단 기술 탈취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은 정보통신 부처, 공공은 국정원과 국방부 등이 담당하는 등 사이버 테러 컨트롤 타워가 없는데 대응체계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정보기관이 총괄 역할을 하면서 해킹 및 사이버 테러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