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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영 기자의 베이스볼 스펙트럼

코로나로 美마이너 축소·개편
메이저는 직장폐쇄로 선수부족
日, 자금력 앞세워 미리 싹쓸이

두산·KIA·NC 등 계약 ‘0건’
터크먼 영입한 한화만 3명 채워
외국인선수 ‘몸값 인플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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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가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2019년 두산 소속이던 조쉬 린드블럼, 지난해 KT 소속이던 멜 로하스 주니어가 MVP를 차지하는 등 3년 연속 외국인 선수가 영예를 안았다. 그만큼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높다.

그런데 내년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구인난’에 빠졌다. 12월에 팀당 3명씩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해야 새해 훈련 등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 코로나19 탓에 10개 구단은 내년 2월 초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1월 중순까진 외국인 선수가 입국해야 하고, 비자 발급 등 절차를 거치려면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전은 지지부진하다.

키움은 최근 야시엘 푸이그를 총액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데려와 주목을 끌었다. 푸이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나눠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다. 한화는 닉 킹험(총 90만 달러), 라이언 카펜터(75만 달러)와 재계약했고 빅리그 뉴욕 양키스 출신 마이크 터크먼을 100만 달러에 영입해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구단은 소득이 없다. 특히 두산, KIA, NC 등은 14일까지 외국인 선수 계약을 1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부진한 건 외부적인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탓에 미국 마이너리그가 축소, 개편됐다. 이로 인해 빅리그도 예비 선수 자원이 부족하게 됐고, 마이너리거가 다른 나라 리그로 유출되는 걸 막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일 빅리그에서 구단과 선수노조의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 30개 팀 구단주들이 투표를 통해 직장폐쇄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 직장폐쇄 중엔 빅리그 구단의 업무가 중단된다. 빅리그 40인 로스터 안에 포함된 선수들의 이동도 불가능하기에 빅리그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

그리고 일본프로야구가 자금력을 앞세워 외국인 선수를 쓸어담고 있다. 일본 구단들은 빅리그 단체협약 협상 결렬과 직장폐쇄를 예상이나 한 듯, 11월부터 외국인 선수를 데려갔다. 일본프로야구는 국내 KBO리그와 달리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수에 제한이 없다. 그리고 연봉 등 영입 금액에도 제한이 없다. KBO리그 신입 외국인 선수의 상한선은 100만 달러다. 일본 구단들은 100만 달러보다 더 주는 조건으로 외국인 선수를 유혹한다. 한화는 터크먼에 앞서 2명의 선수와 접촉했지만, 모두 한국보다 더 주겠다고 약속한 일본 구단으로 갔다. 석장현 한화 운영팀장은 “외국인 선수와 계약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보직 보장 등을 강조했지만, 마음을 끌지 못했다”면서 “외국인 선수의 경우 연봉, 즉 금액이 가장 큰 입단 조건”이라고 밝혔다.

일본프로야구가 외국인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몸값이 높아졌다. 이충무 KT 스카우트팀장은 “60만∼70만 달러에서 잡을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1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빅리그 경력자는 100만 달러, 풀베팅을 해도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재계약 시장도 인플레이션에 빠졌다.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재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총액 제한은 없다. 전체 외국인 선수 시장가가 높게 형성되면서, 재계약 대상인 외국인 선수들이 150만 달러 이상을 고집하고 있다. 재계약 소식마저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