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찰이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추락해 숨진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 이날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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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기, 유서 남기고 극단선택

황무성 前사장에 사퇴 압박
대장동 개발관련 2억 수뢰혐의
檢, ‘연결고리 찾기 수사’ 난항
아직 유서 비공개… 내용 주목

김규태·윤정선 기자, 고양=전세원 기자

10일 오전 유한기(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놓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전날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게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이 황무성 전 성남도공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유동규(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구속기소)→정진상(전 성남시 정책실장)→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성남시장)’으로 이어지는 윗선 수사의 길목으로 지목됐던 만큼, 구속 후 직면할 강도 높은 수사에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한기 전 본부장은 9일 오후 5시 15분 검찰이 2억 원의 뇌물 수수 혐의가 적시된 영장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한 지 14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경기 일산의 아파트 고층에서 추락해 인근 화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오후 포천도시공사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날 오전 2시 6분쯤 파란색 겉옷과 등산 모자를 착용하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오전 4시 11분엔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에선 유 전 본부장이 오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자신의 신병 처리에 부담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남긴 유서 내용은 유족 측의 공개 반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하면서 정 전 실장과 이 후보를 겨냥한 검찰의 대장동 사건 윗선 수사도 난관에 부딪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4년 8월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 등으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에게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특히 황 전 사장 사퇴를 종용한 혐의(직권남용)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 등 윗선 지시의 단서를 찾고 있었다. 지난 10월 공개된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관련 녹취 파일엔 정 전 실장이 8번, 성남시장이 7번 언급됐다. 이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구속 이후 사퇴 압박을 지시한 배후를 추궁할 방침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